K136 130mm 다연장로켓 구룡
개발의 역사
야전포병의 화력 무기체계는 크게 화포와 로켓으로 나뉜다. 그중 로켓은 단발형 로켓과 여러 개의 발사관을 상자형으로 나란히 묶어 운용하는 다연장로켓으로 구분된다. 다연장로켓은 소련이 최초로 1941년에 개발했다. 당시 소련의 카추샤(Katyusha)라고 불리는 BM-13 다연장로켓은 독일과의 전투에서 독일군 진영을 와해시키면서 일약 유명한 무기체계로 떠올랐다.
이 같은 다연장로켓은 야포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대량의 화력(로켓탄)을 빠른 속도로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적의 집결지, 경장갑 차량, 물자, 인원을 제압하는 지원화력으로 각광받았다.
과거 소련과 동맹을 맺고 있던 공산 진영들은 대체로 소련의 무기체계 편성을 이어받았는데, 그중에 다연장로켓도 포함된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어서 6·25전쟁 때 이미 다연장로켓(방사포)을 운용했다. 뿐만 아니라 1970년대 중후반에는 BM-21 122mm 방사포를 모방한 BM-11을 자체 개발하는 등 다양한 구경의 방사포를 대량 보유해 그 수가 무려 1만 4,000여 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방사포의 사거리는 20km에 달해, 15km 내외에 불과했던 당시 한국군 화포의 최대사거리를 상당히 앞서 있었다.
반면,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들은 어니스트 존(Honest John)과 같은 단연장로켓을 운용하고는 있었지만 다연장로켓은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소련군의 카추샤 다연장로켓에 호되게 당했던 독일군이 이 카츄샤를 응용한 다연장로켓을 만들어 연합군에게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북베트남군의 소련제 다연장로켓을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다연장로켓의 필요성을 느끼고 뒤늦게 개발을 본격화했다.
한국군도 1970년대 들어서 북한이 대량 보유하고 있는 방사포에 대응하기 위해 사거리가 길고 화력 집중력이 좋은 다연장로켓을 필요로 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ADD,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는 1974년 미국의 115mm 45연장 로켓 체계를 자료조사 차원에서 연구했다. 이것이 국내 다연장로켓 연구의 시초가 된다. 한국군은 1977년 미국의 이 115mm 45연장 로켓을 모방해 40~45구경장, 구경 115~120mm, 최대사거리 15km 정도의 성능을 가진 다연장로켓을 개발해달라는 소요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는 연구개발 가능성을 검토 후 최대사거리 20km, 탄두 중량 20kg에 30연장 차량탑재형 다연장로켓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백곰 지대지미사일 개발을 통해 획득한 기술을 활용하여 30연장이 아닌 4행 7열의 28연장 차량탑재형 다연장로켓을 독자적으로 설계·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28연장 차량탑재형 다연장로켓은 1978년 9월 26일 대한민국 최초의 미사일인 ‘백곰’의 공개 시험발사에 맞춰 ‘황룡’(중거리 무유도) 로켓과 함께 첫선을 보였다. 이날 28연장 차량탑재형 다연장로켓은 연구원의 수동 조작에 의해 약 0.5초 간격으로 탑재된 로켓을 모두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 28연장 차량탑재형 다연장로켓의 성능을 확인한 한국군은 최대사거리를 30㎞로 늘려 개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경우 개발 기간이 늘어나는 까닭에 국방과학연구소는 최대사거리가 23㎞이고 발사관을 36연장으로 확대한 130mm 다연장로켓 구룡(九龍)을 개발했다.
특징
한국군이 1970년대 각종 무기체계 개발에 나서면서 상당 부분 미국의 기술 자료에 의존하고 또 ‘모방개발’을 통해 국산화를 이뤄나갔지만, 구룡은 불행히도(?) 그 같은 이점을 누릴 수 없었다.
115mm 45연장 로켓 체계에 대한 연구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 연구라고 할 수 없는 단순한 자료조사에 불과했다. 당시 연구진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 내에 전시된, 베트남 전쟁 때 북베트남군이 운용했던 방사포를 참고하고, 독일에서 소련의 다연장로켓을 보고 온 장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구룡은 그 어느 무기체계보다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했고, 한국형 다연장로켓으로서의 특징을 갖게 되었다.
구룡의 특징은 로켓탄에 부착된 날개가 평판형(flat fin)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로켓탄에는 원통형 탄체를 둥글게 감싸듯이 휘어지게 제작한 곡면형 날개(wrap aruoun fin)를 쓴다. 개발 초기에는 곡면형 날개를 일일이 직접 제작해 비행시험도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 산업기술 수준으로는 모든 날개를 정밀하고 동일하게 대량으로 제작해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결국 제작이 용이한 평판형 날개를 설계해 제작했는데, 다행히도 비행이 상당히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특징으로 로켓탄의 회전이 독특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로켓은 발사 후 안정적인 비행을 위해 회전하게 된다. 날개는 탄체가 접혀 있다가 발사 후 발사관을 나온 뒤 펼쳐지며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구룡 로켓탄은 한 방향으로만 계속 회전할 경우 초당 회전수가 30회를 넘어 비행 안정성은 물론 정확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룡 로켓 후미 노즐에서 회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로켓 발사 후 1.5초가 지나면 반대방향으로 돌게 함으로써 회전수를 조절했다. 개발 경험이 일천한 나라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상식적인 궤도에서 벗어난 모험적인 도전이었지만, 이와 같은 창의적인 도전을 통해 비행 안정성은 물론이고 정확도가 향상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구룡은 3.4m 길이의 발사관 36개를 가로 9행, 세로 4열로 배치해 제작한 발사대를 K714 5톤 카고트럭에 탑재해 운용하고 있다. 아시아자동차(현 기아자동차)는 1976~1978년에 미국의 AMG 사의 기술지원을 받아 미군의 M800 계열의 차량을 모방해 K711 카고트럭을 개발했다. 이 차량에 구룡 발사대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이 K714 5톤 카고트럭으로, K714 5톤 카고트럭은 6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했으며 67%의 등판 능력에 최대 시속 87km로 달릴 수 있다.
구룡의 로켓탄은 기본형과 개량형, 두 종류가 있다. 기본형은 일반 고폭탄두를 탑재하고 있으며 길이가 2.4m이고 무게가 54kg이며 사거리는 23km에 이른다. 대체로 차량 운전석에서 발사통제기로 발사하지만 차량 밖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 단발, 부분 일제사, 완전 일제사 등 세 가지 모드로 발사할 수 있으며, 초탄 발사 후 로켓은 1발당 0.5초의 속도로 18초면 장전 로켓탄 전부를 쏠 수 있다.
이 같은 기본형은 대체로 로켓탄을 목표지역에 집중시킴으로써 폭발 효과를 통해 병력이나 차량 위주의 표적을 제압한다는 고전적인 다연장로켓의 개념에 충실한 무기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1970년대까지의 추세였다. 1980년대 들어서는 미국의 M270 227mm 대구경 다연장로켓 발사 시스템(MLRS)이 보여주듯이, 화력 집중에 의한 대량 파괴를 위해 고(高)기동·장(長)사정·고(高)위력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구룡의 개량도 추진되어 개량형이 1986년부터 야전부대에서 배치되기 시작했다. 개량형 로켓탄은 길이가 2.54m, 무게가 64kg이다. 또 밀도가 높은 추진제를 다량 사용하여 사거리가 기본형보다 약 80% 정도 증가해 36km에 달한다. 또 탄두도 1만 6,000개의 성형 파편으로 구성된 개량형 고폭탄두를 채택해 대인 표적 및 경장갑 표적을 모두 제압하고 적의 기동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운용 현황
구룡(九龍)은 9줄의 발사관에서 발사되어 날아가는 로켓이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운용 시험 중이던 1981년 3월 경기도 연천군 대광리 사격장에서 사격시범을 보여 호평을 받았고, 그해 최초의 다연장로켓 부대인 ‘구룡포’대대가 창설되었다. 그로부터 35년이 넘는 현재까지 구룡은 야전포병의 핵심 전력으로서 그 임무를 다해왔다.
이제 구룡은 ‘차기 다연장로켓’으로 개발된 ‘천무(天橆)’에게 그 임무를 넘겨주고 있지만,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구룡이 대북 대응 무기체계로서 서해 5도에 배치되었다는 사실은 구룡이 여전히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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