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헤비앙(Tres bien·매우 좋다)” “마그니피크(Magnifiques·대단하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립샤이오극장 장빌라르 대극장.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공식 개막작 종묘제례악이 끝나자, 125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박수가 쏟아졌다.
국립국악원이 선보인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후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이들을 기릴 때 사용하는 기악과 노래, 춤을 가리킨다. 세종대왕이 직접 곡을 쓰고 노랫말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궁중 문화의 총체적 역량이 담긴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로 꼽힌다. 이번 공연을 위해 연주자 50명, 무용단 35명 등 85명의 예술단원과 전문 제작진을 포함해 총 120명이 참여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이 해외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공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2016 시즌 프랑스에서 열리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 행사 150여개 가운데 600년 역사의 종묘제례악이 처음 무대에 오른 건 상징성이 크다. 공연계 안팎에서는 한국에서도 접할 기회가 드물어 어렵게 느껴지는 종묘제례악이 프랑스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됐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불어로 된 상세한 해설 책자와 자막 등을 통해 음악과 춤, 제례의 의미를 전달해서인지 관객들은 80분 공연 내내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 아비뇽페스티벌 전 집행위원장은 “품위 있고 화려한 종묘제례악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기쁘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개막작다운 가치와 무게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무용전문지 ‘당세 카날 히스토리크’의 아녜스 이즈린 편집장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음악과 무용이 하나로 우아하게 어우러진 공연이었다”고 평가했다.
공연이 끝난 뒤 샤이오극장 인근 에펠탑에서는 태극기 문양과 프랑스 국기의 3색(흰색, 붉은색, 파란색) 문양의 조명을 수놓는 조명 쇼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나윤선 ‘아리랑’, 신문희 ‘아름다운 나라’에 맞춰 진행됐다. 특히 에펠탑 2층에는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휘날려 양국 수교 130주년을 축하했다.
공연에 앞선 공식 개막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 플뢰르 펠르랭 문화부 장관 등 양국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한국 입양아 출신으로 ‘한불 상호교류의 해’ 주무부처 수장인 펠르랭 장관에 관심이 집중됐다. 펠르랭 장관은 “제가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것을 다들 알거라 생각한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가 앞으로 더욱 더 깊은 교류를 가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관계 및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초대 공연에 이어 종묘제례악은 19일 샤이오극장의 시즌 개막작으로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이날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된 것은 물론 전날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종묘제례악은 공연으로만 그치지 않고 프랑스의 공연예술 전문영상 제작업체인 벨에르미디어에서 영상물로 제작돼 연내 유럽지역 내에 방송될 예정이다. 아울러 국립국악원은 11월 26일부터 6개월간 파리 악기박물관에서 산조 가야금, 해금, 산조대금, 피리, 장구 등 총 5종의 전통악기 전시를 갖는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종묘제례악을 세계 예술의 중심지 파리에서 알리게 돼 대단히 기쁘고 영광스럽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전통음악의 고귀한 가치가 전 세계에 널리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내년 8월까지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가 열리고, 내년 3∼12월에는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가 국내에서 개최된다.
파리=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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