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는 지금 PGM 전쟁 중(4)
World Defense Focus
전세계방위사업트렌드를살펴보는전문가칼럼
남들이만들지않는것을만든다! -
남아공의독특한무기체계
한국 가수 최초로, 그리고 아시아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6주 연속 2위를 달성하며 전 세계 모든 음악 차트를 석권한 PSY(박재상). 그는 문화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한글 노래가사를 영어로 바꾸고, 잘생기고 젊은 아이돌 가수들이, 그 나라의 유명한 가수랑 협력해야 한다는 상식을 송두리째 바꾸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혹시, 방위사업에도 이렇게 독특함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을까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독특한 무기체계들과 그 성공 비결은, 독특한 무기가 국제 방산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를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김민석군사칼럼니스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금수조치와독특한위협에맞선남아공
남아공의무기체계에대해서설명하기전에, 왜그들이 ‘남들이만들지않은무기’를만들어야했는지에대해서설명이필요할것같네요. 첫번째로들수있는이유는, 40년가까이세계로부터고립된역사에서찾을수있습니다. 2차세계대전이후인종차별정책이심해진남아공은 1961년헌법개정으로흑인에대한차별과정책을법제화했으며, 이것은남아공이국제사회에서고립되는결과를낳았습니다.
두번째로들수있는이유는남아공의독특한군사적위협이었습니다. 남아공은주변국보다높은기술력과경제력을가지고있고, 병사들에대한훈련이잘되었지만, 적대국인앙골라와모잠비크등과맞닿은국경선은적은수의군인으로는경비하기너무길었습니다. 전면전보다는남아공에침투한무장게릴라에대한대응과국내의치안유지에필요한비정규전은핵전쟁과전면전을위해서만들어진다른나라의무기들로는충족되기힘든것이었죠.
남아공의인종분리정책
남아공만이만들고, 모두가필요했던무기들
이런환경에대응하기위해서남아공은자주국방을모토로방위산업을직접육성하기로결정했으며, 1977년 10월 UN에서정식으로대남아공무기금수결의안이통과되자암스코어(Armscor)라는국영방산업체를만들고, 남아공처럼무기금수조치를받거나세계적으로비난받는국가들인이란, 이라크, 캄보디아, 모잠비크등과같은나라들에게방산수출을성사시켜, 남아공의무기산업은연간 5억달러의수출실적을올리게되었습니다.
냉전시대가끝나고, 남아공의인종분리정책도 1990년정식으로폐기되어, 남아공은국제사회에다시등장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방위산업도새롭게수출을위한길을모색하게됩니다.
21세기들어이러한상황은반전됩니다. 냉전체제의붕괴로비정규전과대게릴라전이중시되는와중에, 미국과그동맹국들은아프카니스탄과이라크의토착저항세력을상대하는것이가장큰안보위협으로부각되었기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비정규작전과장거리치안유지임무, 게릴라세력의매복에대응하는능력을갖춘남아공의독특한무기체계들이주목받게된것입니다.
더멀리, 더강한화력에집중한보병무기체계
가장먼저주목받은것은보병무기체계입니다. 남아공군은과거광활한국경선을차량을타고순찰하면서, 자신들을공격하는게릴라세력들의매복공격에대처해야했습니다. 방비해야할국경선이너무길어서, 순찰을많이한다고해도게릴라들은도로상에폭발물을설치하거나, 도로의주변에몰래숨어순식간에자동소총과기관총, RPG-7과같은로켓무기와간단한박격포로집중사격을가하는경우가많았습니다. 이것은미국및동맹국들이이라크와아프간에서상대하는저항세력의전술과대단히유사했습니다.
1981년남아공암스코어사에서내놓은 MGL(Multiple Grenade Launcher)는남아공군이상대해야했던강력한매복에대응하기위한무기였습니다. 미국산유탄발사기인 M203이나 M79는단발발사였는데, 40mm 유탄을단발로발사하는것만으로는적을제압하기어려웠기때문에, 리볼버권총의원리를도입해서 6발의유탄을 30초만에발사하는다연장유탄발사기를개발한것이죠.
MGL은게릴라들을상대하는것뿐만아니라남아공내부에서의폭동이나시위에대처하기위해서도쓰였습니다. 고무탄이나최루탄을발사하기위해서일반유탄보다좀더긴탄을사용할수있게만들어졌고, 다시이 ‘길어진탄’은강력한유탄으로만들어져서, 종래의유탄발사기보다위력도더강해졌습니다.
MGL(Multiple Grenade Launcher)
MGL은 개발되고 난 뒤 한동안 액션영화의 신기한 총기로 등장하거나, 소수가 수출되었을 뿐이었지만, 과거의 남아공군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은 미 해병대가 M32라는 이름으로 정식 채용하면서 수출에 크게 성공하게 됩니다.
지뢰및폭발물방어에특화된장갑차량들
남아공은 ‘폭발을방어하는데’ 중점을둔장갑차량을꾸준히개발하고사용해왔는데요, 이런장갑차량은선진국의장갑차와무척다른독특한형태와기능을가지고있었습니다.
원래 1990년대까지만해도장갑차는크게적의경기관총이나중기관총을막는경장갑차량이나, 적장갑차에서쓰는중구경기관총을막는장갑차량(보병전투차)이유행했습니다. 보병을싣고전투지역까지가는도중에, 적군도자신과비슷한장갑차나보병전투차를투입할것이라생각했고, 가벼운장갑차는 12.7mm 기관포, 무거운보병전투차는 25mm 나 30mm 기관포를막는장갑을장착하는것이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남아공에서는자신만의독특한장갑차형식이등장했는데, 맘바(Mamba), 오카피(Okapi), 캐디(Caddie)라는별명이붙은바퀴식장갑차들입니다. 이들남아공의바퀴식장갑차량은미국의 ‘스트라이커(Stryker)’ 바퀴식장갑차와같이창문이없는형식이아니라자동차와같은방탄유리가설치되고, 대형트럭에장갑을추가한것과같은모습을가지고있는데요, 그때문에장갑차라기보다는장갑화자동차라고부르는게더적절해보입니다.
맘바(Mamba)
오카피(Okapi)
자동차처럼개방형방탄유리는기관포를받는데한계를가지고있고, 또차체가높기때문에전차포나대전차미사일의공격에취약한단점을가지고있는데, 남아공은왜이런형식의차량을만들었을까요? 바로비정규전상황에서병사들의생존성을높이기위한수단이었습니다.
남아공이제작한이런장갑차들은사실현재널리쓰이고있는지뢰방호차량(MRAP, 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vehicle)의원조입니다. 남아공군은국경순찰및게릴라작전에서적들이매설한대전차지뢰와사제폭발물로많은피해를입었는데요, 이런폭발물에잘견디기위해서맘바장갑차는트럭을개조해서특수한차체구조를만들었습니다. 바닥을 V자형으로만들고, 승무원들의좌석을천장에매달아서폭발의충격과화염으로부터승무원들을보호한것이죠. 이런특수한구조때문에맘바장갑차는폭발물의충격을이겨내고적들이매복한현장에서탈출하거나, 충격으로차량이손상되더라도안에타고있는병사들은부상을입지않고, 곧바로반격을시도할수있는장점이생겼죠.
이렇게폭발물과지뢰에강한방어력을가진남아공의장갑차들은 2001년이후크게각광을받게되는데요, 맘바의경우 BAE 남아공지사의주도로계속개량되어미국에 RG-31 Nyala라는이름으로 2천대가넘는수량을수출하는데성공했고, 미국이외에도캐나다나스페인등총 9개국가에수출하게되는큰성과를올렸습니다.
이런성공에힘입어 BAE 남아공은 RG-33, RG-35와같은개량형장갑차들을계속개발하게되었는데요, 기존 MRAP에비해서편의성을개선하고, 더민첩하게움직일수있으면서도폭발충격을잘견뎌내는제품들을생산하여, 세계시장에서각광받고있습니다.
RG-31 장갑차
발상의전환으로효율을높인포병무기체계
포병무기체계역시남아공방위산업의특화된모습을잘보여줍니다. G6 자주포는체코의다나(Dana) 자주포와함께세계최초의장갑화된바퀴식자주포였는데요, 기존궤도식자주포의경우방어력이좋은대신너무무겁고둔해서신속한전개에는부적합하고, 트럭을개조한바퀴식자주포의경우신속한전개가가능하지만방어력이약했던단점을해결해 3개국가에수출이성사되었습니다. 비록 1982년에처음공개된비교적구식자주포지만, 자주포와야포의자동장전장치에높은기술력을가진남아공데넬라인메탈(Denel Rheinmetall)사의능력때문에동시대미국의 M-109A3 자주포보다우수한성능을가지고있고, 현재도 G-6/52로개량되어수출시장에서선을보이고있습니다.
G6 자주포
T-7, 혹은 LEO(Light Experimental Ordnance)로불리는자주포및야포시스템도주목할만한데요, 현재는취소되었지만 2004년과 2011년에미육군의신속전개여단인스트라이커여단의주무장으로 T-7의제품이선정될뻔한적이있기때문입니다.
105mm 구경을가진 LEO포는원래트럭견인형견인포로써 1995년에처음공개되었는데요, 미국이나영국과같은선진국들은 105mm 견인포를거의퇴역시키거나, 공수부대용경량화포로만운용하던것을깨고, 새롭게개발한긴포신과장약의개발등으로 155mm 야포와비슷한사거리를가지면서도, 훨씬가벼운시스템을만드는데성공했습니다.
LEO(Light Experimental Ordnance) 105mm
2004년에는미국 GDLS사와협동으로이 LEO 시스템을개량한 T-7 포탑시스템을스트라이커장갑차에장착해서실험했는데요, 실험결과원래스트라이커장갑차에운용중이던 105mm 대전차지원형보다대전차능력은더높으면서도, 155mm 야포와같은 30km의사거리를가지고있다는사실이증명되어서미육군이크게놀랐습니다.
남아공은또한단순히포뿐만아니라포탄의기술수준도세계정상급인데요, 앞서설명한 T-7 LEO포에는 PFF(Pre-Formed Fragmentation)라는신기술을채용한 M1130탄을개발해서 155mm 야포와동일한파편폭발력을만들어서, 155mm 포탄의살상지역이 1,015제곱미터인데비해서, 105mm 포탄의살상지역을 1,684 제곱미터로만드는쾌거를달성했습니다.
155mm 포탄역시 V-LAP(Velocity Enhanced Projectile)이라는복합추진야포탄을만들었는데, 종래야포탄의사정거리연장방법인로켓보조추진과항력감소가스분출방식을조합해최대 50km에이르는사거리를실증한적도있습니다.
PFF(Pre-Formed Fragmentation)
루이벌크와같은실패사례도존재
남아공의방위산업이성공만해온것은아닙니다. AH-2 루이벌크(Rooivalk) 공격헬리콥터의수출과양산실패는남아공방위산업과국방정책에많은교훈을남겨주기도했지요.
루이벌크공격헬리콥터역시남아공군의필요에의해서개발되었습니다. 앙골라반군과의전투에서프랑스제 SA 330 푸마(Puma) 헬리콥터에기관총을달아사용하던남아공공군은, 미사일이나로켓을장착하고, 터렛건으로좀더정확한사격을하며, 장갑을강화해생존성이높은전용공격헬기를요구했습니다.
이런요구를충족시키기위해서남아공은전용공격헬기를스스로개발했지만, 기술력과예산부족으로 1969년에도입을시작한푸마헬기의로터와엔진을그대로루이벌크공격헬기에채택할수밖에없었는데요, 1990년에첫비행을실시한루이벌크는덕분에 8.7톤의중량으로미국의 AH-64 아파치(Apache) 공격헬기와유사한능력을갖춰, 대전차미사일을 16발이나탑재할수있는고성능, 고기동헬기가되었습니다.
AH-2 Rooivalk
그러나대형공격헬기라는루이벌크헬기의특징은오히려수출시장에서는장애물이되었는데요, 큰크기와중량으로운용유지비가높아지고, 방산선진국미국의아파치공격헬기와경쟁하기에는실전경험이없고증명되지않은문제점이드러났습니다. 이런수출부진은또다시루이벌크헬기의개발에걸림돌이되어서, 불과 12대만생산되어남아공에서만사용된루이벌크헬리콥터는첫비행을실시한지 10년이넘어서야개량형루이벌크 mk. 1이배치되기에이릅니다. 수년에걸쳐지속적으로개량되는경쟁공격헬기와는매우큰차이가나는부분이죠.
수출용무기는없다!
남아공방위사업의성공과실패는, 방산수출 10대선진국을목표로하는한국에게많은시사점을줍니다. 자국군의요구와자국의환경에특화된무기들은, 비록모든부분에서는최고가아닐지언정, 비슷한환경과비슷한도전을받고있는수출대상국에게는정말로매력적인무기가될수있다는점이죠. 그어떠한무기체계도모든환경과모든조건에서최고가될수없다는것은너무나자명한일입니다.
또한예산부족과적은도입대수가수출에악영향을줬던루이벌크의사례는, 방산수출시장개척이단순히단가하락에집중하는것이아니라, 수출대상국가들과목표와생각을공유하는것임을깨닫게해줍니다. 우리가필요한무기들을어떻게사용할수있는지, 또그것을우리처럼절실히필요한나라가있는지찾아보는것만큼, 우리의무기체계가우리군에서인정받고철저한검증을거쳐야수출대상국에믿음을준다는것이죠.
대한민국의방위사업과 LIG넥스원이남아프리카공화국의방위산업을본받아, 우리군에게꼭필요한무기체계를공급하면서, 또한우리와같은고민을하는나라들을발굴하여, 무기의수출이아닌 ‘전략과전술의노하우를공유하는’ 무기들을수출할수있기를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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