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는 26일 필리핀 국가공항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섬나라이자 관광국가인 필리핀은 전국에 총 85개의 공항이 있고, 이 중 13개가 국제공항이다. 지난해 약 6000만 명의 여객이 공항을 이용했다. 이들 공항 전체의 발전전략과 단계별 개발계획을 한국이 짜주게 된 것이다. 사업기간은 2015년 6월까지 18개월이며 사업비는 총 약 258만 달러(약 27억원)다. 그간 한국이 외국 개별 공항을 상대로 컨설팅을 해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국가 단위 계획 전체를 도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공항공사 김학철 해외1그룹장은 “국가 마스터플랜을 짜게 되면 공항별 개발 스케줄 등을 속속들이 알게 돼 향후 국내 설계·엔지니어링 업체가 관련 사업을 수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 수주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이뤄졌다. KOICA가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필리핀의 공항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하고, 이 사업을 인천공항공사가 맡게 된 형태다. 하지만 앞서 세부공항 컨설팅(2010~2011년) 등을 통해 사업 발주처인 필리핀 교통통신부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최종적인 수주가 가능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수주로 해외사업 실적이 총 8개국 17개 사업, 누적 수주액 7064만 달러(약 745억원)로 늘게 됐다. 공사는 2007년부터 전담부서를 두고 해외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09년 이라크 아르빌공항을 시작으로 매년 러시아·네팔·방글라데시·캄보디아·인도·인도네시아 등에서 공항운영 자문, 건설사업 관리 등의 사업을 따냈다. 특히 러시아 하바롭스크공항의 경우 2011년 아예 지분 10%를 인수해 공항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공항은 러시아의 351개 공항 가운데 아홉 번째 규모로, 연방정부가 극동지방 허브공항으로 밀고 있는 곳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공항공사와 달리 현재 공사법에 해외투자사업의 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를 명확히 밝히는 조항을 추가한 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26일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다. 공사 관계자는 “법이 마무리되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 공사의 잇따른 해외사업 수주가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를 연패하며 국제경쟁력을 인정받은 덕”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ASQ에서 인천공항은 8년 연속 전체 공항 1위, 김포공항은 연간 이용객 1500만~2500만 명 규모 공항 가운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