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숙청·체포.. 김정은 유일지배체제 구축 가속화
파이낸셜뉴스 | 입력 2013.12.09 16:23 | 수정 2013.12.09 16:33
북한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40여년 북한의 최고권력자의 최측근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하 장성택)을 '반당반혁명적 종파분자'로 규정하고, 장성택과 그 세력들에 대한 숙청 작업 사실을 공식화했다. 장성택 실각설이 국정원과 통일부 등 우리 당국에서 제기된 지 6일만에 북한이 숙청 사실을 공식 확인해 준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북한사회 사실상 2인자이자 정치적 '지지대'였던 고모부 장성택과 그 주변을 제거함으로써 유일지배체제 구축 작업에 가속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순혈주의를 향해 북한사회에 숙청과 처형 등 공포정치의 암운이 드러워지고 있다.
■고모부 제거한 김정은 불완전한 홀로서기
북한은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당으로부터 출당·제명했다고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장성택은 정치국 확대회의 직후 체포됐다. 이로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된 장성택의 '2인자의 삶'은 이로써 40여 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북한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에 대해 "장성택 일당은 당의 통일 단결을 좀먹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고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규정했다. 그에게 씌운 죄목은 △여성들과의 부정한 관계 △지하자원헐값 매각 △마약 중독 △해외도박장 출입 및 외화탕진 등이다. 북한은 그러면서 "장성택은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 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면종복배)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밝혀 이번 숙청이 김정은 일당 지배체제 구축을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주변인사를 축출한 건 김정은 시대의 특징으로 보인다"면서 "죄명을 낱낱이 열거한 것도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통틀어 극히 이례적인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2인자인 장성택을 제거하기 위해선 당 조직의 형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 유일영도체제 구축과 내부 일치단결 필요성을 위해 (고모부)장성택이라고 할지라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게 북한체제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외형상으로 보면 김정은 친정체제 강화로 볼 수 있지만 김정은 제1비서로선 친족으로서 기댈 곳을 제거한 것으로 김정은의 홀로서기에 상당부분 불안정성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장성택 주변 물갈이
북한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일당'이란 표현을 사용, 후속조치로 그 주변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제거 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앞서 장성택의 최측근인 당 행정부의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은 공개처형됐다.
장성택의 숙청으로 김정은 시대 권력구도는 김정은 유일영도체제 강화와 장성택과 양대축을 형성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영향력 강화로 전망된다. 실제 김정은 제1비서가 불과 집권 2년 만에 자신의 강력한 후견인이었던 장성택을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숙청할 수 있었던 데는 최 총정치국장의 이런 역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장성택의 신병처리. 북한에서 '반당·반혁명적 종파분자'는 가장 중대한 범죄로 간주된다. 그러나 장성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경희 당비서의 남편인 만큼 처형은 면할 것으로 보이나 일흔을 앞둔 나이에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져 말년을 고립된 채 보내게 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장성택 측 경제담당 박봉주 총리는 기용
하지만 정치적 격변과 달리 경제적 정책은 현재의 구도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은 8일자 노동신문에선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건설일꾼 강습 현장 사진과 함께 경제 총책인 박봉주 내각총리의 국가과학원 현장 방문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그간 박봉주 내각총리는 장성택의 사람들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박 총리는 장성택과 함께 2002년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일부 도입한 7·1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주도했으며 김정은 정권에서도 경제개발구 등 주요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장성택의 부재를 최소화하면서 당분간 경제건설을 위해 박봉주 카드를 유지하면서김정은 지배체제를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