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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이 보석으로 변신 ‘사리성형’ 뜬다

바래미나 2012. 12. 31. 23:06

유골이 보석으로 변신 ‘사리성형’ 뜬다 

 

10분 만에 영롱하게 성형, 부패 없이 영구 보관…

납골당과 장묘문화 바꿀 신호탄

 

 

(주)레스틴피스가 개발한 ‘휴안주’ 기술로 재탄생한 인체 사리가 영롱하다.

 

 

죽은 이의 유골분을 가져가면 단 10여 분 만에 보석처럼 영롱한 사리로 만들어주는

곳이 있어 화제다. 경기 고양시 벽제화장터 경내에 있는 사리성형센터(이하 센터)에서는 요즘 죽은 이의 유골을 몸에 지니거나 집에 안장할 수 있는 광물질 사리로 만들어준다.

 

이 보석형 사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부패하거나 변질되는 등 화학적 변화가 없어

냄새나 혐오감 없이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더욱이 유골분이 사리로 변하는

모든 과정을 유족이 볼 수 있어 신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유골을 보석과 같은 사리로 ‘성형’함으로써 별도 시설 없이 어떤 장소에서든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개발한 주인공은 (주)레스틴피스(회장 김옥평).

 

이 업체는 국립 충주대학 과학기술연구원 교수진과 지난 10여 년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3월 사리성형 기술을 완성하고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미국 등에 세계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전에도 유골을 사리성형해 보관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대부분 막대한 시설투자로 고온(1800°C) 상태에서 장시간(2~3시간) 유골분을 용융하는 성형과정을 통해 유골의

일부만 사리성형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휴안주’ 기술 미국·중국 등에 특허출원

 

 

하지만 ‘휴안주(休安珠)’라고 명명된 레스틴피스의 기술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3.7kw/h, 700~950℃)에서 단시간(10분)에 사리성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과

우수성을 가진다. 낮은 온도에서 성형된 사리는 상대적으로 기품 있고 영롱한 모습을 가질 뿐 아니라 항온, 항습, 방취, 방충시설이 필요하지 않아 다양한 사리함에 담아 원하는 장소에 모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뿐 아니라 유족이 원하는 경우 브로치,

펜던트 등으로도 만들 수 있다.

 

1월 3일 오전 11시 30분 센터를 찾아 유골분의 사리성형 과정을 확인 취재했다. 이날 공개 사리성형에는 장묘업체 관계자와 각 문중의 대표자들이 유골분이 사리로 바뀌는 과정을 보기 위해 참석했다. 모든 과정은 한 치의 숨김없이 모두 공개됐다. 업체 관계자들에 의해 화장된 유골분이 센터 안으로 들어오자, 원기술 개발자인 정현택 연구소장((주)미광 대표이사)은 여기에 밀가루처럼 생긴 하얀색 가루를 섞었다. 이게 바로 휴안주 사리성형 기술의 첫 번째 비기(秘技)로, 유골분이 천연광물질과 섞이면 용융점이 2000℃에서 800℃로 뚝 떨어진다. 그리고 유골분과 함께 녹아 사리를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기능도 한다.

유골분과 비밀의 천연광물질이 7대 3의 비율로 섞이자 직원들은 이 가루를 검은색의

탄소판에 옮겨 담았다.

 

소장용 보석함에 담긴 성형 사리. 김옥평 회장이 특허출원 등록한 ‘휴안주’ 기술은 저온에서

값싸게 유골분을 사리로 만든다.

 

동글하게 수십 개의 홈이 파인 탄소판은 이 기술의

두 번째 비기. 나노 입자로 만들어진 탄소판은 유골분이 한 톨도 다른 곳으로 새나가지 않게 막음과 동시에 사리가 된 유골이 눌어붙지 않고 똑똑 떨어지게 하는 기능을 한다. 나노 입자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성형 후에도

유골분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탄소판을 다시 사용한다 해도 다른 이의 유골분과 섞일 확률은 0%다. 가정용 전압인 220V로도 사용이 가능해 업체는 앞으로 전기로를 버스에 장착해 이동식 사리성형 서비스를 할 예정. 따라서 전국 어디에서도

유골분이 있는 곳이라면 단 10여 분 만에 사리성형이 가능해 장례 절차에 지친 유족의 부담이

최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골분이 전기로에 들어간 지 7~8분 지났을까. 전기로의 문이 열리고 탄소판이 밖으로

나왔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유골분은 상온에 나온 지 2~3분 만에 급속도로 식으며

연초록과 푸른색을 띤 사리로 변했다. 연두색, 초록색, 심지어 에메랄드처럼

푸른색을 띤 사리도 있었다.

 

사리의 색깔은 죽은 이의 나이와 약물복용 이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심지어 흑진주 빛을 띠는 사리도 있었다. 나이가 적을수록 연초록이나 푸른 색깔을 띠고 더 영롱해지는데,

나이가 많고 뼈주사를 많이 받은 노인이라 해도 몇 차례 성형을 거치면 아름다운 사리를

얻을 수 있다.

 

유족이 원하면 브로치·펜던트로 제작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사리성형이 납골당 일색의 장묘문화를 바꾸는 데 혁명적 구실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사리성형의 키포인트는 그 아름다움과 함께 만드는 과정이든, 보관 과정이든 사리에 화학적 변화가 없어 환경오염이 일절 없다는 점이다. 보석처럼 또는 유리알처럼 풍화작용에 의해 닳으면 닳았지 절대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 무색무취하고 변색, 변질되지 않는 특성이 반영구적으로 보장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따라서 세월이 가면서 유골분이 썩어 뭉치고 냄새가 진동하는 등 납골에 따른 각종 폐해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성형된 사리는 가정의 보석함처럼, 사리함을 둘 작은 공간만 있으면 반영구적으로 쾌적하게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화장한 고인의 유골은 97%가 칼슘 성분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습기를 잘 흡수해 변질되기 쉽고, 한번 변질되면 악취가 나고 심하게 훼손된다. 그래서 각 납골당은 유골의 변질을 최대한 막고자 항온·항습

장치, 항균·방습 시설을 하느라 많은 돈을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고급 납골당의

유골 봉안 가격은 천정부지로 비싸진다.

 

사리성형이 장묘문화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화장한 유골분의 납골당 수요능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10년 현재 국내의 화장률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70% 선으로 이제 화장문화가 정착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공설·법인·종교단체 납골당의 봉안능력은 2003년 125만3128위에서 2008년 254만876위로 2배 증가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봉안 수는 8만3231위에서 67만6678위로 무려 700% 이상

급증했다. 대도시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08년 기준으로 봉안능력 대비 봉안

수 비율은 부산 93%, 서울 92%, 광주 74%, 인천 54% 등으로 전국 평균(27%)보다 훨씬 높다. 이 상태로 가면 대도시 근교에선 납골당을 더는 구할 수 없는

‘봉안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리성형 과정. 1.화장한 유골분과 사리로 가공할 물질을 배합 2, 3.탄소판에 유골분을 배열 4.고온의 전기로에

 배합한 유골분이 담긴 탄소판 투입 5, 6, 7.전기로에서 꺼낸 유골분이 열기가 식는 동안 영롱한 사리로 변신한다.

보수적인 퇴계 자손도 사리성형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수적 장묘문화가 뿌리박힌 유명 종중에서도 사리성형을 한 사례가 나왔다. 퇴계 이황 선생의 자손(진성 이씨)인 고(故) 이윤학 씨가 그 주인공. 지난해 11월 11일 작고한 이씨의 시신은 화장을 한 뒤 이황 선생 직계 자손들의 문중 납골당인 진선궁에 모셔졌다. 이씨의 유골분은 49재를 지낸 직후인 12월 29일 성형을 통해 사리로 변했고 다시 진선궁에 봉안됐다.

 

이씨의 가족들은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는 유골함에 봉안해 보관에 따른 갖가지 문제가 일시에 해결됐다. 언제라도 찾아가서 내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어 좋고, 사리가 꼭 보석 같아

이질감도 생기지 않는다”고 좋아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매장된 이씨의 형과 형수, 아버지, 어머니 묘지를 개장해 이들의 유골도 사리로 만들기로 했다.

 

레스틴피스 김옥평 회장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시신과 유골 보관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만 남겨놓는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절망을 안기는 것일 뿐”이라며 “사리성형은 결국 장묘문화의 대안이 될 것이며, 동시에 우리의 추모문화 또한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