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사진--후기--

[스크랩] 설악산 맛보기

바래미나 2011. 9. 3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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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금요일

병문이, 홍석이 그리고 상일이가

설악산 대청봉에 도전장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무난하다는 한계령 코스를 택하고

한계령으로 길을 잡았는데 백담사를 먼저 가기로 하고

황태 구이로 점심을 먹은후 백담사행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로 15분을 달리니 백담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40여년전 병문이가 군 시절 이곳으로 여러번 훈련차 왔던 곳이랍니다.

만해 한용운 기념관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던 곳등을 둘러 보았습니다.

 

백담사를 나와 다시 속초로 출발합니다.

울산 바위가 올려다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고

저녁을 먹으러 속초 시내로 내려갔습니다.

 

저녁을 먹는 식당에서 만난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계령 코스로 간다면 우리정도의 나이에도 6시간이면 대청봉에 갈 수 있답니다.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토요일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물 끓이고 준비를 합니다.

5시에 출발 한계령 휴계소에 도착을 하니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있습니다.

여기 저기 단체 등산객들이 모여 준비 운동도 하고 주의 사항등을 알려 주고있습니다.

 

6시에 출발을 하면 늦어도 오후 1시면 대청봉에 도착을 하고

1시 30분에 하산을 시작하면 오후 6시 30분이면 내려올 수 있는데...

휴계소에서 108계단을 오르면 관리 사무소가 나오는데 처음부터 계단이 사람 기를 죽입니다.

 

관리 사무소에서 서북 능선 삼거리까지 (2.3 Km) 세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돌을 깔아 만들어 놓은 오리막이 장난이 아닙니다.

서북 능선 삼거리부터는 완만한 능선 길이라는데 역시 나에게는 무리입니다.

 

병문이와 홍석이는 나를 기다리느라 자꾸 걸음을 멈추고....

우여곡절끝에 병문이와 홍석이가 기다리고 있는 끝청 (1,610미터)에 간신이 올라 왔습니다.

벌써 시간이 오후 12시 30분입니다. 앞으로 2Km만 더 가면 대청봉 정상인데...

 

병문이와 홍석이에게 출발을 권하고 나는 하산을 해야겠습니다.

벌써부터 왼쪽 무릎 안쪽에 심한 통증을 느껴 힘이 많이 듭니다.

평지 같으면 걸어도 이상이 없는데 내리막길은 참기 힘든 고통이 따릅니다.

 

하산길이 시간은 단축이 되지만 대청봉에 갔다가 내려 오더라도

오후 6시는 지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결국은 같이 하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두 친구에게는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소중한 기회를 빼앗아 버린 내 자신에 화가 납니다.

 

하산길도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홍석이가 내 배낭을 빼앗이 두 개를 울러메고

병문이는 뾰족한 바윗길에서 기다리며 내 손을 잡아 줍니다.

 

서북 능선 삼거리에 도착을 하니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나머지 2.3Km만 더 내려가면 한계령 휴계소입니다.

왼쪽 발을 끌다시피하면서 오르막 길을 오릅니다.

 

돌 계단은 한 계단에 두 번씩 발을 딛고 오르고 내려갑니다.

하산 시간이 늦어지고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정말 걱정입니다.

산골에는 어둠이 빨리 찾아오기 때문에 후레쉬 없이는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손잡이가 있는 계단은 그래도 쉽게 내려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석양이 잠깐 밝게 주위를 밝혀 주더니 갑자기 어둠이 깔립니다.

기다리던 홍석이가 후레쉬를 하나 주고 먼저 내려갑니다.

 

캄캄한 돌 계단과 경사로를 병문이가 먼저 내려가고

후레쉬를 비춰주면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내려갑니다.

한 번에 둘이 같이 걸어 내려갈 수 없으니 이 방법뿐입니다.

 

30여분 이렇게 내려가는데 후레쉬가 고장이 났는지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침 뒤에서 내려오던 부부팀이 우리에게 예비 후레쉬를 하나 빌려 주었습니다.

이분들이 사는곳이 분당 그것도 병문이와 한 동네인 야탑동이랍니다.

 

갑자기 눈물이납니다.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의 도움 때문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뒤에서 내려오는 하산객들의 위로의 말과 격려에 나머지 한 시간 반을 버틴것 같습니다.

병문이의 우스갯 소리 하나 하나도 나에게 많은 힘을 주었습니다.

 

108 계단을 10여분 앞두고 부상자를 위해 산을 오르는 구조대원 두 분을 만났습니다.

한계령 관리 사무소에 도착을 하니 관리 요원이 우리를 알아보며 반갑게 불을 비춰줍니다.

다른쪽 관리 사무소는 전원이 비상 출동을 했다고 하며 무사히 하산 한것을 축하해줍니다.

 

마지막 108 계단을 내려 오는데 밑에서 씩씩대며 우리 이름을 부릅니다.

홍석이가 나 때문에 올라 오다가 내려가기를 여러번 한 모양입니다. 베낭을 두 개나 울러메고...

서로에게 어깨를 두드려 주며 또 한 번 손에 힘을 꼭 주어 악수를 했습니다.

 

고마운 친구들.... 그리고 또 고마운 친구들과 사람들....

14시간 30분의 너무나 긴 산행을 이렇게 마감 했습니다.

 

 

 

 

 

오른쪽 못난 인간 때문에.... 두 분 죄송합니다.

 

 

 

 

 

 

 

만해 기념관

 

 

백담사 돌다리를 건너 오면서 내일도 이렇게 웃으면서 대청봉을 내려 오리라...

 

 

저 뒤에 앉은 젊은이들이 5시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기에 가슴이 설래였었는데...

 

 

 

 

 

 

 

 

 

 

 

 

결국은 이 곳 끝청에서 발길을 돌리고 설악산 맛만 보고 왔습니다.

 

 

 

 

 

 

 

 

 

 

 

출처 : 상동중고교
글쓴이 : 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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