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말했다.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삶이란 현재만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시작하여 현재로 미래로 흘러가는 행복여행이다.
떠나온 곳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다면 어찌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아직도 나에겐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지난 3일 연휴를 맞아 고향 산천을 다녀왔다.
안성 고삼!
어머니는 돌아가신지 몇년이 흘렀지만 아직 88세 아버님이 살아계신 고향은
다시 돌아가고싶은 옛 집이다. 집 뒤 동산에 큰 밤나무 우뚝 서있고,
텃밭에는 배추랑 고구마랑 호박이 자라고..
그 앞에는 아래로는 명경지수같은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나의 고향 고삼!
멀리 고삼 저수지 제방뚝이 보인다.
이곳 고개를 올라가면 고향집이 나타난다~ 타향에 있다가 고향 집 가까이에 다가올 때마다 느끼는
야릇한 감정을 어찌 표혀날 수 있을지?
집가까이 길가에 코스모스... 너무 예쁘다.
이 꽃도 예쁘고....
드디어 고개 언덕 위에 빨간 기와집~~
60년 당시 유일한 기와집이었는데 지금도 그대로...
88세 아버님이 홀로 사신다. 아직 건강하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집 앞 오동나무와 그 아래 누이들 손톱 물들이던 봉선화... 60년대부터 보던 봉선화가
해마다 피어난다.
역시나 손님이 오면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멍멍이...
오랫만이라 서먹한듯....
집 뒤 동산에 우뚝 서있는 늙은 밤나무....
그 아래 토종 알밤들이 즐비하다... 어릴적 밤 주으러 온 산을 돌아다녔다.
한번은 사촌의 꾐에 빠져 학교에 가지않고 야산으로 가서 밤을 따다 사촌 형에게 들켜
어머니에게 끌려온적이 있다. 나는 울면서 회초리 맞아야했고 어머니 역시 우시면서
나의 여린 8살의 종아리를 때리셨다. 나는 그 앞에서 다시는 안 그런다고 용서를 빌었고
그 후 12년 개근을 하였다. 밤을 보니 그 때 그 생각이 난다...
금새 밤이 양주머니에 주머니에 가득하다.
대추도 있고, 호박도 있고....
그리고 고구마..
아버님이 손수 키우신 고구마다. 내가 간다고하니 한 두럭을 파서 주셨다.
힘드시니 그만두시라도 기어이 손에 흙을 묻히신다. 지금 88세이신데...
평생 일하시며 자식들을 위해 고생하신 장갑낀 손! 여전히 지금도 자식을들 위해
손을 움직이신다... 그 손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희생의 손, 사랑의 손!
이것이 아버님 손수 가꾸신 텃밭이다. 배추, 파.. 등등...
모두 자식들을 위해서... 이렇게 자식들만을 위해서 평생 사시다가 돌아가신다면
당신의 삶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다행이 예수님을 영접하시고 마지막 노년을
믿음으로 사신다. 건강하게 사시다가 평안히 잠드셔서 천국의 고향에 가시는 것이
마지막 자식들의 바렘이다. 무엇을 더바라겟는가! 기회만 있으면 자주 아버님을
뵈어야겠다.
뒷 산 아래 내려다 보이는 명경지수 저수지! 마침 저녁쯤 배를 젖는 사람이 있다.
유리 바다를 지나는 것 같다. 구향 집에 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최고의 집터라고..
저수지 위로 떠오른 보름달....
정월 대보름 휘영청 달이 밝을 때면 저주지로 쏟아져 내려오는 히뿌연 달빛이 가관이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저주지의 풍경....
뒷 산에는 강아지 풀도 있고, 안개 꽃도 있다. 어릴적 어른 되고 싶어서 강아지 풀을
반으로쪼개 코에 붙이고 "에헴" 놀이 하던 때가 있었다.
뒷 산에서 보이는 집....
이제 가야 한다. 고향의 자취를 가지고 내가 사는 곳으로....
잠시의 고향길이었지만 고향의 자취는 언제나 좋다. 만일에 다시 이곳에 와서
살 수만 있다면 고향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 마지막 삶을 정리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기도의 처소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돌아갈 곳이 있는 고향은 소망이다. 누구나 떠난 곳이 있다면 돌아갈 곳도 있기 마련이다.
영원한 나그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당장 현실에 돌아갈 보이는 고향이 없을지라도
영원히 돌아가야할 보이지 않는 고향이 있다!
그 돌아갈 고향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 주께서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너희 인생들은
돌아가라 하셨사오니."(시 90:3)
고향을 다녀와서
-바다해 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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