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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이 어미가 주는 물 마시고 꼭 살아 와다오

바래미나 2011. 4. 18. 20:47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를 본 많은 사람들은 순간이 운명을 결정하는 장면들을 보며 영화적 과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소설, 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장이다. 전장의 전후방에서 우연히 렌즈에 잡힌 한장의 사진에는 영원히 씻기지 않는 상처가 세월에 빛바래지 않고 뚜렷하게 남아 있다.
소설가 박도씨가 지난 봄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에서 찾아낸 한국전쟁 중 찍은 사진 500여점을 담아 ‘지울 수 없는 이미지’(눈빛 출판사)를 펴냈다. 이 사진집은 이름난 장군이나 처참한 전장의 모습 대신, 참혹한 전쟁터의 사람들에 집중하고 있다..

“아들아, 이 어미가 주는 물 마시고 꼭 살아 와다오!”

1950년 12월 18일 대구역 광장에 집결한 신병들을 찍은 사진 한 장은 전방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아무 것도 줄 게 없어 물 한 바가지를 건네며 무사귀환을 바라는 모정을 담았다. 1951년 10월 21일 평양에서는 손수 그린 태극기를 들고 있는 학생과 엎드려 있는 인민군 병사가 목숨을 구걸하는 처연한 장면이 포착됐다. 주먹밥을 만들어 군인에게 나눠주는 마을 소년, 어린 손주를 등에 업고 나와 지나가는 탱크를 무심히 바라보는 할아버지, 집단처형당한 주검들의 참혹한 광경, 슬퍼하기에는 너무 어려 웃음을 머금고 고아원으로 가는 전쟁고아들, 구호양곡을 보며 미소짓는 소년, 중공군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뿌린 망부귀(望夫歸: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림)라는 국군 심리전 전단 등 전쟁의 여러 모습을 담았다.

박씨는 책 뒤의 글에서 “긴박한 전장에서 남긴 사진들이라서 정확한 지명이 표기되지 않은 게 많았다. 끔찍한 학살장면 사진들은 소름을 끼치게 했지만 가해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었다”며 “사진설명을 옮기면서도 원문에 충실하고자 섣부른 판단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