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준 음악감독 박칼린 교수(호원대 방송연예학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프로그램이 끝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대중은 아직도 그에게 ‘여자 히딩크’ ‘제2의 강마에’ 등의 별명을 붙여주며 열광하고 있다.
그의 말 한 마디, 트위터에 올린 문장 하나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의 리더십을 연구하고, 벤치마킹하는 학습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박칼린 감독은 개그맨, 신인가수, 격투기 선수, 일반인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로 이뤄진 오합지졸 합창단을 단 두 달 만에 훌륭한 단원으로 조련하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했다.
언론은 “그가 보여준 원칙을 중시하는 강건함과 포용적이고 공정한 지도력은 신뢰할 만한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시사점이 크다”면서 “리더에 따라 한 조직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를 다시한번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가시적 성과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이러한 폭발적인 관심의 중심에는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따뜻한 통합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연습 시간에는 칼 같은 카리스마로 단원들을 휘어 감다가도 이 외의 시간에는 감정이 풍부한 소녀 같은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섰다.
이런 박 교수의 카리스마는 자신의 권위를 앞세워 조직원 앞에 군림하려는 제왕적 카리스마나 홀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독단적 카리스마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는 일에서는 엄격하지만 사적인 관계에서는 오히려 합창단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의견을 수용했다.
음악과 관련해서는 '나를 쳐다봐라' '튀지 말라'라는 말을 반복하며 팀 내 다른 리더십을 배제하면서도, 음악 외적인 부분이나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이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이양했다.
박칼린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따뜻함. 그는 엄격했지만 강압적으로 윽박지르지 않았다. 엄한 질책을 쏟아내다가도 연습을 마칠 때면 단원들에게 칭찬과 함께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격려했다. 대회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떨고 있는 단원들에게 ‘I 믿 You(나는 너를 믿는다)’라며 가벼운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구성원을 향한 소통과 포용의 가치
이런 카리스마와 리더십의 뒤에는 소통과 포용이라는 가치가 숨어있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평소 뮤지컬을 하면서 소통과 신뢰, 사람 사이에 위아래가 없다는 것을 강조해왔다”며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면서 이 같은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소통은 곧 단원들에게 지속적인 내적 동기유발로 나타났으며, 취약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극복하는 훌륭한 장치가 되었다. 초기에는 외인구단 같던 단원들도 점점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쳤고, 그 열의와 노력은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이처럼 그의 리더십에는 내적 동기를 유발해 내는 힘이 담겨 있었다. 통제와 규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율과 책임이 동시에 부여되었다. 화합과 균형을 해치는 단원에게는 통제를 가하고, 능력 있지만 소심한 단원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이는 단원들 스스로 전체를 위한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진지하고 뚜렷하게 일깨우는 매개체가 되었으며, 가시적인 성과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구성원들의 의지를 북돋우며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데 큰 시너지를 낳게 하는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