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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생생한 과거로의 여행: 1950년대 한국을 담은 컬러 사진들

바래미나 2010. 5. 14. 00:51

 

#69 생생한 과거로의 여행: 1950년대 한국을 담은 컬러 사진들

제 블로그를 읽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여러분들께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여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사진전 “컬러로 보는 한국전쟁”을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미국대사관이 공동으로 후원하고 있는 사진전입니다.

 

존 리치 기자 (2010)

 

존 리치라는 젊은 미국 사진가가 1948년부터 1953년까지 5년 동안 한국에서 International News Service(INS)NBC뉴스 기자로 머물면서 900여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 뉴스매체는 여전히 흑백필름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존 리치 기자는 개인 용도로 신형 컬러 카메라를 시험삼아 사용했고, 한국에서 이 사진들을 찍었습니다. 이후 리치 기자는 NBC 아시아담당 선임기자, RCA 부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수십년 동안 이 컬러사진들은 잊혀진채 보관되었죠.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되는 이 사진들은 그 당시의 모습을 독특하고 생생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분들, 동료 대사들,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함께 사진전 개막식에서 리본커팅을 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사진전 개막식에 존 리치 기자의 딸 바바린 리치-오쿠무라도 참석했습니다. 그녀의 참석으로 아버지의 옛시절 감동을 그날 행사에 더했습니다. 리치 기자가 쓴 편지를 소개합니다.

 

노령과 쇠약한 몸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을 정말 아쉽게 생각합니다.

 

저는 1948년 정부 수립에서 1953년 휴전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한국인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오늘날과 매우 달랐지만, 한국인은 강인하고 호감이 갔으며 매우 똑똑했습니다. 비참한 시절이었기에 그 같은 일을 한국인들이 다시는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사진들을 통해 제가 보았던 것을 여러분들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그들이 겪은 고통과, 나라의 파괴,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강인함을 생각할 때, 한국인들은 너무나도 큰 감동을 줍니다. 저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전세계에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끔찍하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였습니다.

 

한국인들은 전쟁 3년 동안 큰 고통을 당했습니다. 그들은 매우 용감하고 신의있는 미국의 동맹자였습니다. 모든 전쟁이 잔혹하지만, 한국전쟁은 가장 어려운 전쟁 중에 하나였습니다. 어느 편이였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는 큰 비극이였습니다. 비극적인 시대였고, 한국인들이 다시는 이를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습니다.

 

저는 한국과 용감하면서도 다정한 한국인들을 참 좋아합니다. 당시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일들을 이뤄냈습니다.

 

한국전쟁을 통해, 한국인들에 대한 평생의 존경과 애정을 품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평생의 친구를 만났습니다. 제 가이드로 함께 일했던 두 명의 젊은이는 이후 미국 NBC방송의 유명한 카메라맨이 되었고, 믿음직한 부하 직원이자 각별한 친구로 남았습니다. 바로 Lim Yun Shul Yu Youn Sang입니다.

 

한국인들에게 행운을 빌면서, 계속해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길 바랍니다.

 

존 리치

 

놀라운 것은 리치 기자가 찍은 컬러사진이 현재성/현장성을 더해준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스미소니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리치 기자는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남는 기억이 바로 파란 하늘, 땅과 전장터의 흙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파란 하늘은 제가 1970년대 한국 시골에 살던 시절의 기억속에도 생생히 남아있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황량한 겨울 풍경에 대비되는 하늘은 깊은 푸른색이였습니다.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중입니다. 추락한 비행기 위에서 손을 흔드는 소년의 사진이 뒷편 벽에 걸렸습니다.

 

사진전을 보면서, 전쟁을 경험한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에게 이 사진들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수십년이 흐른 뒤 한국을 다시 방문한 미국 참전용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분들은 늘 똑같은 말을 합니다. “옛날에는 한국이 이만큼 발전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요.” 혹은 “그때는 우리의 희생과 고통이 가치가 있을 지 확신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압니다.”와 같은 말을 자주 합니다.

 

이분들의 말씀은 얼마나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내에 변했고, 많이 이뤘는지를 강조해줍니다. 전쟁 이후 한국인들이 보여준 의지와 일궈낸 큰 발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해서,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해 달려온 UN연합군의 큰 희생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와 분단된 나라의 아픔속에서 희망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강화되는 튼튼한 한미관계의 씨앗도 뿌려졌습니다. 천안함 침몰 후 양국이 나란히 일하는 가운데, 이러한 관계는 우리가 이같은 시절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전시된 사진 중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흙더미 위에 서있는 어린이들을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파란 하늘만큼이나 선명한 색깔의 옷을 입고 있네요. 리치 기자와 제가 기억하고 있는 색깔들을 담고 있는 사진입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밝고 예쁜색의 옷을 입고 호기심과 희망이 가득찬 얼굴을 한 어린이들 속에서 한국인들의 지치지 않는 정신력과 추진력을 볼 수 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어린이들이 존 리치 기자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은 동의를 얻어 게재)

 

리치 기자의 사진들이 과거를 새롭게 조망해줍니다만, 한국이 그동안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도 보여줍니다. 한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세계 무대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경제부국이자 번창하는 민주국가로 발돋움했습니다. 올해는 한국에도, 한미관계에도 중요한 해입니다. 6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국이 이룬 놀라운 성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군모에 진달래꽃을 꽂은 이 어린 병사의 사진은 감동적입니다. 매우 혹독한 겨울을 보냈지만, 여전히 봄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품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은 동의를 얻어 게재)

 

6 30일까지 전시되는, 기억에 오래남을 이번 사진전에 여러분 모두 가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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