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바보>
- 시 : 돌샘/이길옥 -
막차까지 보내고 너를 기다리는 심정
어둠이 눈치 채고
와락 나를 껴안으며 귓속말로
바보란다.
쌓인 피로가 바보라는 소리에 놀라 몸서리친다.
가로등에 잡힌 그림자도 파르르 떤다.
기다리는 재미의 목이 길게 늘어나다가
풀이 죽어 오므라든다.
자정이 바쁘게 달려와 하루의 문턱을 넘으며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커먼 웃음 덩어리 하나 내려놓고 갈 때
차츰 맥이 빠지는 기다림의 발목에 힘을 주고
으스러지는 기대를 긁어 모르려 안간힘을 다 쏟아도
망상만 무성하게 자라 정말 바보가 되고 있다.
아니 와도 좋다는 위안 끌어다가 어둠에 털어 붓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 돌리는 아픔 보일 수 없어
도리질 잠재우고 처진 어깨에 기 넣고 보아도
바보는 바보다.
이렇게 살다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꿈이
동공을 파고든다.
앞 이 캄캄하게 막힌다.
얼마를 더 가다려야 네가 어둠을 자르고
환한 웃음보따리를 풀며 내 앞에 설까.
아직 돌아서지 못하고 너를 기다리는 나는
정말 우직한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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