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법정 스님

<법정스님 책, 서점에서 실제로 사라질까>(종합)

바래미나 2010. 3. 17. 23:32

 

<법정스님 책, 서점에서 실제로 사라질까>(종합)

출판사들 "남긴 뜻 존중..시간이 필요하다"

베스트셀러 10위 중 8권 법정스님 책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17일 오후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는 법정스님의 유언장 내용이 발표되면서 실제로 서점에서 더는 법정스님의 책을 보지 못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법정스님의 저서를 낸 출판사들은 "기본적으로 법정스님이 남긴 뜻을 받아들이겠지만, 절차상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서점가에서는 여전히 법정스님 책을 찾는 독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7∼8권은 법정스님 저서일 정도로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출판사들 "기본적으로는 뜻 받아들이겠다" = 출판사들은 대체로 법정스님이 남긴 뜻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절판까지에는 밟아야 하는 절차와 과정은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소유'를 낸 범우사의 윤형두 대표는 "'무소유'는 심신을 정화하고 베풀며 사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많은 국민에게 읽혀야 할 책이라 안타깝다"면서도 "법정스님의 뜻을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두막 편지', '진리의 말씀 : 법구경' 등을 낸 도서출판 이레의 고석 대표는 "스님의 뜻은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절판이란 게 바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은 (저작권 승계자와) 의논을 더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텅 빈 충만' 등을 낸 샘터의 김성구 대표는 "다음 절차는 맑고향기롭게에서 출판사들에 정식으로 통지를 할 텐데, 그를 존중해서 절판하겠다"고 말했다.

'맑고향기롭게',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등을 낸 조화로운삶의 최연순 편집장은 "스님의 뜻을 따라야 하지만, 출판사로서도 처리할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마무리', '일기일회' 등 최근작을 집중적으로 낸 문학의숲의 고세규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게 돼서 다소 유감"이라며 "의구심이 드는 유지 발표이지만 그것이 스님의 유지라면 그대로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사들은 맑고향기롭게 측이 유언장과 관련해 "스님의 글을 읽고싶은 독자들을 위해 언제든지 스님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부분에도 촉각을 세우고있다.

이에 대해 고세규 대표는 "법정스님은 말빚을 다음생으로 가져가지 않기 위해 절판하기로 하셨다고 했는데 맑고 향기롭게 측은 '독자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한 것은 스님의 유지와 상반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절판 유언 효력은 어느 정도? = 저작권법 전문가들은 법정스님의 유언에 모든 저서에 대한 절판을 당부하는 내용이 있더라도 출판사들이 반드시 이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풀이하고 있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계약한 출판사들에 해당 저서를 출간할 권리인 출판권이 있기 때문이다.
출판권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면, 저작권을 승계받는 사람이라도 일방적으로 그 계약을 깰 수 없다. 그런데 법정스님의 책은 상당수가 첫 출간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계약을 연장해 아직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

2008년 하반기부터 법정스님의 근작을 집중적으로 내기 시작한 문학의숲은 법정스님과 10년 계약을 맺어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등의 계약 기간은 8∼10년이나 남아 있으며, 범우사도 '무소유'에 대해 지난해 계약을 10년 연장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김원일 변호사는 "계약서에 허용된 권리는 그 권리를 부여한 사람이 사망했다고 해서 소멸되는 것이 아니며 사망시 유언으로도 소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의 신종필 사무관 역시 "출판권 계약 기간 내에 책 출간 여부는 해당 출판사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출판사들은 법정스님의 유언을 받아들여 더 이상의 출간을 포기할 수도 있다.
한편, 맑고향기롭게 측이 "스님의 글을 읽고싶은 독자들을 위해 언제든지 스님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부분도 법정스님의 글을 다른 방식으로 읽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원일 변호사는 "저작권이 남아 있다면 저작권을 가진 쪽에서 저작권을 포기하거나 비상업적 사용을 허용하면 인터넷판 등으로 글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법정스님 책" = 대표작 '무소유'는 출판사에서 추가 인쇄를 중단해 재고가 거의 바닥난 터라 대부분 대형 온ㆍ오프라인 서점에서 품절됐다고 안내되지만, 재고가 남은 책들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웬만한 대형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를 '아름다운 마무리'가 차지하고 있으며, 10위 안에 법정스님의 책들이 7∼8권 포진해 있다.

지난 1주일간(10∼16일)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베스트셀러를 보면, 예스24에서는 '아름다운 마무리', '일기일회',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사람을', '산에는 꽃이 피네' 등이 1∼6위를 독차지했으며 10위 안에 8권이 법정스님의 책이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도 '아름다운 마무리', '일기일회',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등 8권이 1∼7위와 9위를 차지했으며 인터파크 도서에서도 법정스님의 책들이 1∼7위를, 알라딘에서도 1∼6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상당수 인터넷 중고서점에서도 마찬가지로 '무소유'는 품절 상태다. 심지어 개인 사이에 중고책 거래가 이뤄지는 한 사이트에서는 17일 오후 현재 정가 8천원의 1999년판 '무소유'가 정가의 4배도 넘는 금액인 3만7천500원에 나와 있다.

법정스님의 저서뿐 아니라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최근작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에 소개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말로 모건의 '무탄트 메시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등 수필ㆍ명상집들은 교보문고에서 평소보다 판매량이 두 배 정도 뛰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박유미 북마스터는 "법정스님 책이라면 어느 하나 안 나가는 것이 없다"며 "절판된 책들을 사러 왔다가 구하지 못한 손님들은 진열대에 나와 있는 다른 책이라도 구매해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