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3일 시작된 '한겨울의 열전'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은 1일 오전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폐회식을 갖고 열전의 끝을 알렸다.
한국은 이날 폐회식에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21. 한체대)을 기수로 내세웠다.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대 규모(5개 종목 83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놀랄만한 성과를 거뒀다.
금메달 6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따내 종합 5위에 오른 한국은 메달 숫자난 종합순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당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5개, 종합순위 10위권내 진입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과거 쇼트트랙에서만 강세를 보였던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석권하며 빙상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모태범 폐막식 기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모태범(21)과 이상화(21), 이승훈(22. 이상 한체대)이 선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수확, 한국의 종합 5위 등극에 큰 역할을 해냈다.
모태범은 한국 사상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이뤄냈으며 이상화도 한국 역사상 최초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효자종목 노릇을 했던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서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으나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챙기며 여전히 '강국'의 위상을 지켰다.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는 부담을 이겨내고 여왕의 면모를 아낌없이 과시, 228.56점이라는 역대 최고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키 종목은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강광배(37. 강원도청)가 이끄는 봅슬레이대표팀은 1~3차 레이스까지 20위에 랭크, 20위까지 주어지는 4차 레이스 진출권을 확보해 19위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냈다.
전체적으로는 다소 아쉬운 올림픽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개회식 직전 진행된 루지 공식 훈련에서 그루지야의 노다르 쿠마르타쉬빌리가 훈련 도중 썰매가 전복되는 사고로 사망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후에도 눈 부족과 따뜻한 날씨 때문에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아쉬운 모습을 노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최국 캐나다는 금메달 14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로 총 26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우승을 차지, 개최국으로서의 체면을 살렸다.
특히 캐나다는 이번 올림픽에서 커다란 관심을 끌었던 미국과의 아이스하키 결승전을 승리로 이끌며 마지막 금메달을 수확해 기쁨을 두 배로 부풀렸다.
'전통 동계스포츠 강국' 독일이 금메달 10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7개로 종합 2위에 올랐다. 미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7개로 독일의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늘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던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하며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끝냈다. 순위도 20위에 머물렀다.
중국은 여자 쇼트트랙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쓴데 힘입어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은메달 4개로 스웨덴과 함께 공동 7위에 등극했다.
한편, 김연아를 비롯한 한국 선수단(단장 박성인)은 2일 오후 5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개선한다.
한국, 동계스포츠의 강국 급부상, 올림픽이 남긴 것은...
<올림픽> 김연아와 메달리스트들(밴쿠버=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를 비롯한 모태범, 이정수, 이상화 등 메달리스트들이 28일 오후(한국시간) 밴쿠버 팬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한국 선수단의 밤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0.2.28 xyz@yna.co.kr
한국은 이번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등 총 1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메달 종합 순위는 캐나다 독일 미국 노르웨이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2 알베르빌 대회의 6위를 넘어선 역대 최고의 성적. 총 메달 수에 있어서도 2006 토리노 대회의 11개보다 3개 많다.
그간 한국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은 쇼트트랙에 철저히 국한돼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그간 6개의 메달을 획득한 바 있었지만 간헐적 획득에 그쳤었다. 이에 빙상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지 않았고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고배를 마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
하지만 이번 밴쿠버 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은 빙상 그랜드슬램.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을 비롯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은 한국 빙상의 다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강국으로 떠올랐다.
이런 점이 2018 동계 올림픽의 한국유치를 희망적으로 만들고 있다. 동시에 한국 스포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제고시키고 있고 꿈나무 아이들을 빙상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 바야흐로 한국 빙상의 중흥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기는 하다. 메달밭이었던 여자 쇼트트랙이 노 골드에 그치며 중국의 거센 추격을 이겨내지 못한 것. 그간 단 한번도 금메달을 놓쳐본 적 없는 부분이다 보니 국민적 아쉬움은 컸다.
피겨에도 문제는 있다. 김연아의 은퇴설이 대두되면서 그녀를 이을 후계자가 없다는 것. 김연아 개인에 지나치게 기대온 한국 피겨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곽민정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활약해 희망을 보이고 있긴 하다.
또 빙상 이외의 종목에 대한 투자도 절실한 상황이다. 영화 '국가대표'로 유명한 스키점프의 어려움은 익히 열려진 사실. 이번 대회에서도 예선 1차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강광배 선수의 TV 출연으로 유명해진 봅슬레이의 경우도 마찬가지.
어찌됐든 한국 동계스포츠의 가능성을 확인한 올림픽이었다. 많은 종목에서 고른 활약을 펼친 대표팀은 역대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3월 1일 폐회식을 마지막으로 올림픽은 끝나지만 동계스포츠의 활약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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