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좋은 이야기-

(저무는 가을 애상 /설화 박현희님 글)

바래미나 2009. 12. 2. 21:50

(저무는 가을 애상 /설화 박현희님 글)





       



 
저무는 가을 애상  / 雪花 박현희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데 
왜 이리도 내 마음은 
외롭고 허전한 걸까요.
마치 온 세상이 텅 비인 것처럼 
밀려드는 공허를 주체할 수가 없네요.
두툼한 옷을 걸쳤어도 
창문을 두드리는 스산한 바람에 
마음 한구석 휑하니 뻥 뚫리며 
오슬오슬 한기가 느껴지네요.
가만히 턱 고인 채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는 
초점을 잃은 내 동공은 
보고 있어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입가에 맴도는 하고픈 말은 참으로 많은데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단 한 마디도 떠오르질 않는군요.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말은 
바로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여리디여린 내 감성 탓인지 
한잎 두잎 힘없이 떨어져 나뒹굴다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가랑잎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괜스레 상념에 젖는 것은 
아마도 속절없이 저무는 이 가을이 
못내 아쉬운 까닭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