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가 있지만,
당시는 대전에서 진주까지 5시간이 걸렸어요.
당시 주말부부로 매주 서울과 진주를 오가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몸이 피곤해서 「약 먹은 병아리」
같았어요. 이광호 선배가 항상 피곤에 절어
있는 저를 보더니 「야, 너 비타민C 먹어라」
하더군요. 비타민C가 몸에 좋다는 것은 알았어요.
「그래 안 먹는 것보다 좋겠지」 하면서 먹기 시작했어요』
『그는 이광호 교수가 먹으라는 대로 먹었다.
하루 비타민정 10알(1만mg). 뭐든지 한 번
시작하면 꾸준하게 하는 성격이라, 6개월
동안 식사와 간식 때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6개월 후에 제 몸이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저는 「드라마틱」하게 변했다는 말을 씁니다.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하더군요. 원래 비쩍
마르고 약한 체질이었는데, 피곤하지 않더군요.
고속버스를 7~8시간 타고 다녀도, 버스 안에서
잠이 안 와요. 하루에 12시간 환자 진료하고,
밤에 공부해도 다음날에 몸이 찌뿌둥하지
않게 됐어요. 그때 「아, 비타민C가 대단한 거구나」
생각했죠』
비타민C의 진가를 확인한 그는 이광호 교수와
함께 비타민C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외국 논문과 각종 임상 결과를 뒤졌다.
주위에 비타민C 복용을 권유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건강하게 해준다고
꼬셨지만, 사실 주위 분들이 전부 내
임상실험 대상들이었다』며 웃었다.
혈관 보호에 탁월한 비타민C
비타민C 섭취 부족으로 사람이 사망한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영국 군의관「제임스 린드」.
―비타민C와 다른 비타민은 어떻게 다릅니까.
비타민B가 부족하면 각기병에 걸리고,
비타민C가 부족하면 괴혈병에 걸립니다.
흥미로운 건 비타민B가 부족해서 사람이
죽지는 않습니다. 비타민B가 부족해서
각기병으로 죽기 전에, 굶어 죽거든요. 비타민B 등
나머지 비타민은 제대로 음식만 먹으면, 죽는
지경까지 가지 않아요. 음식에서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비타민C가 부족하면 죽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18세기 영국 해군 역사책을
보면 흥미로운 얘기가 나옵니다. 영국 해군이
아프리카를 항해하던 중, 젊은 병사들이 항해를
시작한 지 수 개월 만에 죽어 나갔어요.
분명 식사는 제대로 하는데 죽는 겁니다.
제임스 린드라는 군의관이 아프리카 인근의
섬에서 원주민들이 죽어 가는 병사들에게
레몬즙을 먹게 하는 것을 봤어요. 그랬더니
1주일 만에 틀림없이 죽어야 할 병사들이
살아나거든요. 이걸 보고 린드는 병사들이 죽어
간 이유가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먹지 못해서」
라는 것을 알았어요. 나중에 비타민C가
부족해서 죽는다는 것이 학문적으로 밝혀졌죠
제임스 린드가 비타민C의 역할을 발견한 지
약 250년이 지난 현재, 국제 해운법은
「출항하는 배 안에 레몬 상자를 반드시 실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교수는 『비타민B는
단지 비타민이지만, 비타민C는 생명유지의 필수요소』라고 했다.
―다른 동물들도 비타민C를 반드시 먹어야 합니까.
포유류 가운데 사람을 포함해서 영장류,
기니피그라는 쥐만 스스로 비타민C를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원래 사람은 비타민C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난
겁니다. 최근 유전자 연구 결과,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肝에서 비타민C를 만들었어요
우리가 먹는 쌀·빵·국수 등 탄수화물은 肝에서
포도당으로 변합니다. 비타민C는 포도당이 원료예요.
약국에서 파는 비타민C 알약도 포도당으로 만듭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영장류는 肝에서 비타민C를
만드는 유전자 하나가 망가졌어요. 그래서
사람은 외부에서 비타민C를 반드시 섭취해야 합니다』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왜 죽게 됩니까.
『멸균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비타민C 생성을
못 하게 한 후에, 비타민C가 부족한 먹이를
줬습니다. 쥐들은 보통 5일이 지나면 죽기
시작해서, 일주일 후에는 다 죽었습니다.
죽은 쥐를 해부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300mg/dl 이상으로 올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해로운 콜레스테롤인 LDL, VLDL 등의
수치가 특히 올라가 있어요. 게다가 혈관이
아주 망가져 있죠. 비타민C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겠죠. 비타민C는 혈관을 지켜 줍니다』
李旺載 교수의 부친과 장인·장모가 동맥경화에서
벗어나 건강을 되찾은 비결은 여기에 있었다.
李교수는 다른 사례 하나를 들려줬다.
『얼마 전, 브라질에서 자매 패션모델이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던 중에 사망했습니다.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었죠. 이들이
왜 죽었을까요? 다이어트를 하면 허기가 지겠죠?
허기가 지니까, 칼로리 위주로 소량의
식사를 했겠죠. 그래서 죽은 겁니다. 이들이
칼로리 위주의 식사 대신, 채소와 과일
위주로 식사를 했으면 죽지 않았을 겁니다.
18세기 영국 해군들이 식사를 했는데도
죽은 이유와 같은 이치입니다』
2003년 미국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비타민C가 부족해지면 몸속 副腎(부신)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지 않는다. 아드레날린이
나오지 않으면, 혈압이 떨어진다. 혈압이 60mmhg
이하로 떨어지면, 피가 뇌까지 닿지 않는다.
저혈압으로 정신을 잃는 것은 ? ?때문이다.
혈압이 50mmhg 이하로 떨어지면 사망하게 된다.
돌연사의 절반은 비타민C 부족이 원인
『패션모델 자매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사망한 겁니다.
비타민C가 안 나오면 아드레날린이 안 나오고,
식욕이 떨어집니다. 본능적으로 살겠다고
소량의 빵과 유제품 등으로 칼로리 식사를
하게 되죠. 칼로리는 분명히 채웠으니까,
「별 문제 없겠다」고 안심하지만,
죽음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탄 것은 몰랐죠
목숨을 살리는 비타민C.. 하루여섯알은 먹자 이왕재(李旺載)
많이 들어 본 얘기지만, 에스키모인들이 야채와
채소를 전혀 먹지 않지만 죽지 않는 이유가
생고기를 먹기 때문이라고 하죠? 그냥 생고기가
아니에요. 에스키모인들은 동물을 잡으면
옛날부터 콩팥부터 먹습니다. 콩팥 위에
「부신」이 있어요. 동물의 「부신」에는
비타민C가 농축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에스키모인들은 비타민 「엑기스」를
꾸준하게 먹어 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님의 저서에는 「비타민C가 스트레스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적혀 있더군요.
『비타민C는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도움이
되는 물질입니다. 멸균 실험쥐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주면, 몸속에서 만드는
비타민C의 양이 늘어 납니다. 체중 1kg당 평소에는
70mg을 만들다가 200mg까지 늘어나요
아드레날린을 만들기 위해서 비타민C 생성이
늘어나는 겁니다. 방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떨어집니다.
아드레날린이 떨어지면 혈압이 떨어져서 사망하니까,
몸에서 「아, 아드레날린을 만들어야 하는구나」
하는 반응이 오는 겁니다.
따라서 스스로 비타민C를 만들지 못하는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더 많은 비타민C를 넣어 줘야 하는 겁니다.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이 감기 같은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의 비타민C가 4분의 1로 떨어집니다.
벌에 쏘이잖아요? 그러면 절반 이하로 떨어져요.
암 환자들을 검사해 보면 보통사람보다 절반
아래로 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비타민C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突然死(돌연사)」하는 거죠』
해부학 전문가인 그가 돌연사 환자들을 부검해 보면,
절반 이상이 원인을 모른다고 한다. 그는
이런 경우를 계속 연구하는데, 잠정적으로
「비타민C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으면서 칼로리 위주의
식사를 하는 현대인들은, 18세기 영국 해군보다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
비타민C가 소변으로 배출되는 이유
―얼마 전 「비타민C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암에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논란이
됐습니다. 하루에 비타민C를 얼마나 섭취해야 합니까
『일각에서는 그런 얘기도 하고, 하루에
60~100mg만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양은 음식으로 섭취 가능합니다.
비타민C를 섭취한 사람의 소변검사를 해봤습니다.
하루에 100mg 정도를 먹고 소변을 보니까,
소변에서 비타민C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의사들이
「그 이상의 양은 불필요하구나」 생각한 거죠.
비타민B 등 나머지 비타민은 이 얘기가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비타민C는 아니에요』
李旺載 박사는 『동물들이 하루에 비타민C를
얼마나 많이 만드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의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은 70kg
기준으로 비타민C를 5000~6000mg, 많게는
1만~1만5000mg까지 만든다. 앞서 본
것처럼 스트레스를 주면 더 많이 만든다.
『동물의 소변을 검사했어요. 소변에서 많은
양의 비타민C가 나왔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동물들이 쓸데 없이 많은 양의
비타민C를 만들까요. 말씀드렸지만,
비타민C의 원료는 포도당이에요. 포도당을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풀과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야생에서 먹이 구하기가 쉽습니까?
목숨을 걸고 구해서 먹은 포도당을 저장하지 않고,
왜 비타민C로 만들겠습니까.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동물은 자연에서 자신이 만든 물질을 소변으로
내놓지 않아요. 당뇨병이 왜 병입니까. 자기가
만든 포도당을 소변으로 내보니까, 병이죠』
아직 의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李교수는 「소변이 나가는 비뇨계를 보호하기
위해 비타민C를 배출하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