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당신의 나무이길 원합니다
/ 채련
움직이지 않는 나무
나, 당신의 나무이기를 원합니다.
가라져 말라비틀어져도
같은 자리, 자리매김하여
당신이 주는 비를 기다리는
사철 옷매무새 바꿔 입고
기다림, 해를 거듭하며
당신이 스쳐 주는 바람을 맞이하며
당신으로 하여 흔들릴 때
묵묵히 지켜봐 주세요
당신이 흩뿌린 눈(雪)으로 하여 추울 때
짚새기 되어 덮어 주세요
그대가 새처럼 떠난다 해도
나, 나무이길 원하는 것은
언제든 찾아주는 그대
편한히 쉴수 있도록
나, 당신의 나무이길 원합니다
* 채련 시 1집 [사랑은 외로움을 수반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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