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순환이 돌고
기어이, 깊은 살골짝에도
잠을 깨우는 처음의 계절은 찾아와
아지랑이로 어지러운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아무리 멀어도 멀수록 좋다.
그대를 만나고 오는 길은
그 길로 다시 돌아와야 하니
여운이 길게 남아서 좋다.
산속 아무도 오지 않은 곳에
외로이 홀로 피어있는 꽃이 나리...
위태로운 곳에 있을수록
나는 나이어야만 하기에
다가설 듯 다가서지 않는 정겨움으로
누군가가 볼세라..
바람으로 숙인 채
언덕에 걸린 구름에게 갈 길을 재촉한다.
내가 가려고 하면 없어지고도 남을
그런 시간이 안개속에 펼쳐져 있지만
나는 움직일 수가 없다.
갈 준비도 필요없이
꿈길을 걸어봤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제 쓸모없는 말로
그렇다고는 말해야 될 것 같다.
말은 아무리 진실로 말을 해도
허공에서 없어지는 허허로움이다.
말을 안하고도 살 수 있는
시간을 만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꿈이 아니야
세상의 소중한 것들이
곤히 잠들고 있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폐 깊숙히 파고드는
새벽공기는 무엇보다 현실이야....
가냘프지만 곧곧하게 서있는 흔들거림은...
마음이 항상 빈약해 다듬어지지 않아
거센 비바람에 시달려도
온 세상을 끝까지 잡아 당기며
나는 꺾이지 않는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런 순수함은 슬픔을 모르나
순수함의 눈물은 슬픈 기쁨이다.
세상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좋은 것은
순수함으로 존재하고 있음이
슬픔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비가 오고 개인
밤의 달빛은 유난히도 따뜻하다.
내가 존재하는 한
각인된 나만의 전설은
차갑지만 않는 그대의 영혼을 느낀다.
바램은 바람처럼 스쳐가듯
비춰주고 밝혀주며 바라봄을 알았다.
봄비에 흔들리며
편하게 펴기만 한 채 서 있었던 기다림이
같이 도는 설레임이 되었다.
기다림의 만남은
순간의 찰라에서 영원속으로
같은 방향으로 도는 현기증이다.
너는...
미워할 수 없게 세월을 말하는구나
아픔으로 벌어진 몸속으로
찬 이슬비가 앉는 것도
잔잔한 축복이구나.
나는 나리...
나리는 진실의 껍데기...
살면서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하지만
그리움이 쌓이면
무엇이 넘쳐나고
무엇이 채워져야 하는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기다리지않는 기다림은
가장 고귀한 삶이기에
기다란 林의 골짜기이다.
산에서 고귀한 꽃이 되어
그대가 나를 하나로 믿어주니
나는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너무나 행복하다.
내 현실은 철저하게 나를 부정하지만
내 주인은 나 이면서
나와 나는 헤어지지 않는다.
나리...나는 나리...
나에서 나를 버리면
그대가 나리...
외로움을 버리고 산에서 나리...
자연이 순회하는 것처럼
나는 산속에서
다시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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