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친구 / 한사랑
세월은 참 빠르게도 흐르는 모양이구먼.
어느새 11월의 끝에 다다랐으니 말일세.
여리디. 여린 새싹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며 인사하던
풀들과 나무들이 차츰 붉고 누렇게, 또 갈색으로
늙어가더니 이제는 하나둘 제 삶을 다했다고 안녕을
고하려 하고 있으니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라네.
이리저리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던 참새들의 지저귐과
높은 나무 끝에 앉아 까악, 까악 울어대는 까치의 울음소리가
늦가을 끝자락에서는 왠지 모를 아픔으로 들려오는 이유는 왜일까?
풍요롭던 먹을거리는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살을 에듯이
찬바람이 불어올 겨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나의 오지랖 넓은 어설픈 염려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건 아닐지..
하지만 늦가을의 모습은 그저 쓸쓸함만 있는 게 아니라네.
얼마 전 싹을 틔워 자라고 있는 마늘과 완두콩 새싹.
바늘모양으로 첫선을 보이고 있는 보리밭에 새순을 보면
아! 새 생명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다네.
연약해 보이기만 한 여린 새싹들은 겨울의 엄동설한 속에서도
굳세게 자랄 것이고 여름이면 우리에게 유용한 양식이 되겠지.
아침, 저녁엔 겨울을 만나고 한낮엔 가을을 만날 수 있는 요즘.
친구여 자네는 겨울 준비는 잘 하고 계신가?
나는 햇 생강으로 노란 생강차를 담가 놓고 괜히 한번 웃어본다네.
알싸하고 매콤한 생강차로 추위를 녹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말일세.
모과차, 유자차, 대추차등 겨울을 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차들만
담아두어도 내가 많이 부자가 된 느낌으로 참으로 좋더군.
여보게 친구. 이제 2007년도 한 달여 정도 남았구먼.
선거다 뭐다 이런저런 머리 아픈 사건들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지만
우리야 뭐 그런 거에 크게 신경 쓸 거 있겠는가?
배추 값이 얼마네, 김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 마음 가는 게 사실이지.
아무쪼록 남아있는 시간 자네나 나나 알차게 잘 꾸려가면서
파란하늘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되� 보세나.
11월의 끝자락에서..
배경음악 ; Lady(여인이여)-Kenny Rogers(케니 로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