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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바래미나 2007. 10. 30. 23:32
                                                                탱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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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자나무 자식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리는 어버이처럼 귤나무 위해 밑동만 남기고 잘리는 탱자나무 있네 땅속 깊이 내린 뿌리 유충들로부터 귤나무보호하고 물과 영양분 공급하며 자신의 몸 받쳐 귤이 잘 자라길 기도하네 혹시 잘못될까 도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과수원 둘레 돌아가며 가시 세워 보초 서고 세찬 비바람도 막고 섰네 주렁주렁 잘 자란 귤 사랑받으며 팔려나가도 혼자된 탱자나무 걱정은 오직 하나 자식들 잘되기만 바라는 어버이처럼 하얀 꽃 짙은 향기로 피어났네
        동그밖 과수원길에는 으례히 탱자나무가 서있던 풍경입니다 가시가 억센탓에 과수원 열매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해냈고 하이얀 팝콘처럼 송글송글 꽃잎이 필때면 탱자나무 옆을 지나던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 비밀 한자락쯤 품고 있을듯 학교가는 길에는 탱자나무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사철 참새들의 놀이터로 좋았고 아카시아 꽃잎과 더불어 추억의 소꼽놀이터로 또렷합니다 다슬기 주워 알맹이 빼 먹을때 요긴하던 탱자가시의 추억들이 새록하네요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그아이랑 엄마 아빠되어 하루를 놀았고 읍내 장터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어린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들어있어 가끔은 고향집 탱자나무 그늘을 찾습니다 동네 아이들의 고운 추억을 품은듯 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늘 그자리에는 탱자나무가 서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지만 여름내내 파란 열매가 계절속에 노랗게 탐스럽습니다 오래된 기와집이랑 가장 잘 어울려 더러는 고풍스런 멋을 풍기며 세세년년 참새를 벗삼아 깊어가는 계절에 탱자의 추억속을 헤집습니다 기억속의 이끼낀 기와집은 허물어졌어도 가을이면 빨강 홍옥사과의 자취마져 사라졌어도 탱자의 탐스런 열매는 고향을 지키는 지킴이로 영원하길 내 추억은 늘 그대로 머물러 있길 바랍니다 ♬이사 가던날 / 산이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