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항공기를 들어 올리는 엄청난 힘의 비밀 항공기 날개
무거운 항공기를 들어 올리는 엄청난 힘의 비밀 항공기 날개

하늘을 날도록 하는 원리
분주한 공항에서 연달아 이륙하는 여객기를 볼 때면 새삼 과학기술의 발전에 놀라게 된다. 우리가 이용하는 제트 여객기는 수백 명의 승객과 휴대 수하물 그리고 비행에 사용하는 연료까지 합하면 그 무게가 수백 톤에 이른다. 가장 크다는 에어버스 A380 여객기에 800명 이상의 승객이 탑승하고 연료를 가득 채우면 최대 무게가 무려 575톤이나 된다. 이렇게 무거운 여객기가 가뿐하게 활주로를 이륙할 수 있는 비밀은 바로 날개(wing)에 있다.
여객기와 같은 항공기에는 중간 부분에 달려 있는 커다란 날개와 뒷부분에 달려 있는 작은 날개가 있다. 중간 부분의 큰 날개는 주익(主翼, main wing)이라고 하고 뒷부분의 작은 날개는 미익(尾翼, tail wing)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항공기가 이륙하도록 힘을 내는 역할은 주익이 담당한다. 하늘에서 비행할 때 주익은 항공기의 모든 무게를 떠받들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주익의 내부에는 비행 중에 사용할 연료가 가득 차 있다.

주익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익의 윗부분은 둥글게 만들어져 있는 반면에 아랫부분은 납작하다. 속도를 내어 비행할 때 공기가 주익에 부딪치면 두 갈래로 나누어지면서 주익의 윗면과 아랫면으로 흐르게 된다. 주익의 윗면을 흐르는 공기는 둥글게 만들어진 주익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데 마치 언덕을 올라갔다가 다시 언덕을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게 흐르기 때문에 아랫면으로 흐르는 공기보다 흐름이 빨라지게 된다. 따라서 공기의 흐름이 빨라지는 만큼 공기가 약간 옅어지면서 공기의 압력이 줄어들게 된다. 이때 주익의 윗면과 아랫면에 압력 차이가 생기면서 주익의 아랫면에서 윗면으로 주익을 들어 올리는 힘이 발생한다. 이러한 힘을 양력(揚力, lift)이라고 한다.
여객기가 크기가 클수록 주익이 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무거운 여객기를 하늘로 들어 올리려면 엄청나게 큰 힘(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익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1903년 12월 17일에 미국의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가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을 때 나무로 만든 틀에 두툼한 헝겊을 입힌 매우 간단한 구조로 주익을 제작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하기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항공기를 제작하고자 도전했다. 초창기에 항공기를 제작한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를 모방하여 날개(주익)를 제작하려고 했다. 이들은 새의 날개를 본떠 둥글게 만들고 새처럼 날개를 움직이면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도한 결과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1890년대에 독일 사람인 오토 릴리엔탈(Otto Lilienthal)이 새의 날개를 모방하여 제작한 글라이더(glider)로 비행에 성공했다.

오토 릴리엔탈이 제작한 글라이더는 1896년 8월 9일에 비행실험 도중에 강풍을 만나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이렇듯이 새의 날개를 모방한 항공기를 제작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고, 결국 엔진을 동력으로 사용한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비행에 성공했다.

동력비행의 시대
라이트 형제는 사람과 엔진을 싣고 비행하기에 충분한 양력을 얻기 위해서는 주익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주익을 위아래에 설치한 복엽기(複葉機, biplane)를 고안했다. 위아래 날개를 단단하게 연결한 복엽기는 튼튼하며 양력이 많이 발생하므로 20세기 초반에 제작된 항공기에 많이 사용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투입된 항공기의 대부분이 복엽기였다. 항공기 기술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크게 발전했다. 특이하게 독일은 3엽 주익을 사용하는 전투기인 포커(Fokker) 삼엽기(三葉機, triplane)를 제작하여 실전에 투입했다.

그러나 복엽기와 삼엽기는 양력이 많이 발생하는 대신 공기의 저항이 커서 속도가 빠르지 못한 것이 단점이었다. 이 당시 복엽기의 최고속도는 오늘날 고속버스와 비슷한 속도이며 경주용 자동차보다도 느렸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주익의 성능을 높인 단엽기(單葉機, monoplane)다. 단엽기는 공기의 저항을 줄이면서도 양력을 충분히 낼 수 있도록 설계된 항공기로 1930년대 이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단엽기가 등장한 비결은 항공기 개발 기술이 발전하여 이전보다 더욱 튼튼한 날개를 제작할 수 있게 된 덕분이기도 하다.

주익의 다양한 형태
항공기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양력을 공급하는 주익은 항공기의 용도와 성능에 맞도록 여러 가지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복엽기가 단엽기로 바뀌고 난 이후에도 대부분 항공기의 주익은 직선 형태로 제작되었다. 직선 형태의 날개를 직선익(直線翼, straight wing)이라고 하며 비행 중 날개에 골고루 양력이 작용하고 안정적이어서 조종하기가 쉬운 장점이 있다. 그리고 주익 내부의 구조물 설계와 제작이 간단하여 제작비용도 저렴하다. 직선익은 오늘날 저속 항공기에도 많이 사용되지만, 고속으로 비행하는 항공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적기보다 우수한 성능을 얻고자 고성능 엔진을 사용하는 전투기를 앞을 다투어 제작했다. 그러나 직선익은 속도가 빨라질수록 날개에 부딪히는 공기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날개의 앞부분에 겹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공기가 겹치면서 공기의 벽이 생겨나면 날개는 물론이고 항공기 전체를 두들기는 힘이 발생한다. 이러한 힘은 날개를 심하게 흔들면서 조종이 불가능하거나 심하면 날개가 부러지게 한다. 컴퓨터가 없던 1940년대 당시에 항공기 설계 엔지니어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고 고속비행을 하던 항공기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나중에 많은 연구를 거듭한 결과 직선익으로 고속비행을 하려면 날개를 매우 얇게 제작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경우 날개를 얇게 제작할 수 있는 기술과 튼튼한 재료가 필요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의 엔지니어는 숲속에 비밀 항공연구소를 설치하고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날개를 연구했다. 이 항공연구소는 숲속에 철저하게 감추어져 있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연합국에서 알지 못했고 폭격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여기에서 전문 엔지니어들은 풍동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날개를 실험했는데, 이때 직선익을 뒤쪽으로 각도를 틀어주면 고속으로 비행하더라도 공기가 잘 흐르면서 날개가 흔들리는 현상이 줄어든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렇게 날개를 뒤쪽으로 꺾은 형태를 후퇴익(後退翼, swept wing)이라 하는데, 후퇴익은 오늘날 제트 여객기와 제트 전투기를 비롯한 고속 항공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후퇴익은 고속으로 비행할 때 날개의 앞부분에 발생하는 공기의 벽이 발생하더라도 칼날로 채소를 자르듯이 베고 나갈 수 있으며, 초음속으로 비행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은 독일에서 개발한 후퇴익 기술을 먼저 입수하고자 설계 도면과 함께 설계 엔지니어를 서로 데려가려고 했다. 독일의 후퇴익 기술은 미국과 소련으로 건너가 당시 개발 중이던 신형 항공기의 설계에 적용되었다. 대표적인 후퇴익 항공기로는 미국의 F-86 세이버(Sabre)와 소련의 MiG-15 전투기가 유명하다.

이들 전투기는 독일에서 개발한 포케-불프(Focke-Wulf) Ta 183 전투기의 기술을 적용하여 개발했는데, 두 기종은 놀랍도록 서로 비슷하며 한국전쟁 당시 서로 공중전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 보잉(Boeing)은 B-47 제트 폭격기 개발 도중에 독일에서 입수한 후퇴익 기술을 적용한 결과 우수한 비행 성능을 가진 전략폭격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는데, B-47 제트 폭격기는 당시 웬만한 제트 전투기보다 빠른 비행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1950년대 냉전 시기에 미국과 소련은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하고자 경쟁하면서 고성능 전투기를 연속으로 개발했는데, 특히 고속을 내기 위해 후퇴익의 각도를 점점 더 뒤쪽으로 꺾었다. 그 결과 극단적으로 주익이 동체에 거의 닿을 것 같은 후퇴익 전투기가 등장했다.

한편 각도가 큰 후퇴익에도 만족하지 못한 각국 공군 관계자들은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전투기의 개발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항공 엔지니어는 후퇴익을 응용하여 새로운 날개를 고안했는데, 그것이 바로 삼각익(三角翼, delta wing)이다. 삼각익은 뒤쪽으로 많이 꺾은 후퇴익을 기본으로 날개의 뒷부분을 서로 직선으로 연결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날개의 각도[후퇴각(後退角)]를 극단적으로 꺾은 결과 초음속과 같은 초고속 비행에 적합한 날개로 각광을 받았다. 1950년대 초반에 음속의 두 배가 넘는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등장한 삼각익은 미국 F-102, 프랑스 미라주 III(Mirage III), 스웨덴 J35 드라켄(Draken) 전투기 등에서 볼 수 있다.

삼각익은 고속으로 비행하는 데 적합한 날개이지만, 고속비행에 적합하도록 개발되어 저속비행 특히 이착륙할 때 조종이 매우 불안정하며 충분한 이착륙 속도를 얻기 위해 매우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스웨덴의 항공 엔지니어는 AJ37 비겐(Viggen) 전투기를 개발할 때 고속비행이 가능한 삼각익을 사용하면서도 이착륙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영세 중립국가인 스웨덴은 유사시 주요 비행장이 공격을 받을 경우 일반 고속도로를 활주로로 사용할 때 매우 짧은 거리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성능을 요구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한 결과 스웨덴의 항공 엔지니어는 삼각익의 앞쪽에 작은 날개[카나드(canard)]를 설치하면 작은 날개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소용돌이가 삼각익 주익에 영향을 주어 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날개를 이중 삼각익(Co-Delta)이라고 하는데, AJ37 비겐을 시작으로 오늘날 라팔(Rafale),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 전투기에도 적용하고 있다.

한편 널리 사용되는 후퇴익도 단점은 있다. 고속으로 비행할 경우 공기가 똑바로 흘러가지 못하고 날개의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공기가 바른 방향으로 흐르지 못할 경우 날개 안쪽에서 충분하게 양력이 발생하지 못하며 심할 경우 날개의 바깥부분에서 공기가 꼬이면서 실속(實速, stall)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항공기가 좌위로 흔들리면서 조종이 어려워지며 심할 경우 추락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항공 엔지니어는 후퇴익의 장점을 살리면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전진익(前進翼, forward swept wing)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고안했다. 전진익은 후퇴익처럼 날개에 각도를 주되 뒤쪽 방향이 아닌 앞쪽 방향으로 각도를 주어 흘러가는 공기가 주익의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렇게 안쪽으로 공기가 흐르면 실속 현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데, 다만 공기가 후퇴익과 반대로 흐르면서 바깥쪽의 날개를 안쪽으로 휘게 하는 힘이 작용한다. 따라서 전진익을 제작하려면 날개의 구조를 매우 튼튼하게 제작해야 하므로 제작비용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하여 실용적이지는 못하다.

일반적으로 현대의 항공기에 많이 사용되는 날개는 직선익과 후퇴익인데, 이 두 종류의 날개는 각기 고유의 특성과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 쪽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군용으로 사용하는 항공기는 초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착륙이나 지상공격을 하는 경우에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이렇게 고속과 저속에 모두 적합하도록 날개의 후퇴각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날개가 바로 가변익(可變翼, variable swept wing)이다. 가변익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의 엔지니어가 개발한 것으로, 저속비행 시에는 직선익으로, 고속비행 시에는 후퇴익으로 날개의 후퇴각을 바꿀 수 있다. 가변익 기술은 전쟁이 끝난 뒤 미국이 먼저 입수했으며 벨(Bell) 사가 X-5 실험기를 제작하여 실제로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가변익은 여러 가지 비행 조건에서 유용하지만 후퇴각을 조절하는 기계장치가 매우 복잡하고 중량이 무거운 데다가 제작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현재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 군사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