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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랄급 강습상륙함

바래미나 2018. 6. 9. 06:40

미스트랄급 강습상륙함

냉전 이후 시대상을 반영한 다목적함

브레스트 인근 해역에 정박한 초도함 L9013 미스트랄. 상륙함 부호를 붙이고 있으나 프랑스에서는 전력 투사 및 지휘함(BCP)으로 구분한다. <출처: (cc) Yannick Le Bris at Wikimedia.org>


개발의 역사

프랑스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곳곳에 엄청난 규모의 식민지를 보유했고 현재도 일부 직할 영토와 식민지를 운용 중인 나라다. 또한 국제 사회에 영향력이 큰 UN의 5대 상임이사국 중 하나여서, 자의든 타의든 해외에서 벌어진 분쟁이나 사건에 개입해야 할 일이 많은 편이다. 때문에 현재 프랑스군은 적대적인 인접국이 없는 본토의 방어보다 해외 파병 임무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한 때 거대한 식민지를 보유했던 국가답게 프랑스는 해외원정 작전의 소요가 많아 상륙함의 소요도 많다. <출처: 프랑스 해군>

미스트랄급 강습상륙함(Mistral-class amphibious assault ship, 이하 미스트랄급)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프랑스군의 핵심 전력이다. 근래에 와서 다양한 감시 및 정찰 수단과 원거리 타격 무기 때문에 고전적 의미의 대규모 상륙 작전은 힘들어졌다. 따라서 고전적 의미로 상륙함은 병력과 장비를 상륙시키는 군함이지만 현재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다목적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 해군이 1963년부터 2007년까지 운용하던 우라강급 도크형 상륙함 <출처: 미 해군 / PH1 (AW) Raymond H. Turner II>

미스트랄급도 마찬가지여서, 프랑스 해군에서의 정식 구분이 상륙함이 아니라 전력 투사 및 지휘함(BPC, Bâtiment de Projection et de Commandement)일 정도다. 미스트랄급은 내륙 종심까지 신속히 장악하는 이른바 초수평상륙전을 펼칠 수 있도록 상륙함 본연의 기능은 대폭 향상되었고 여기에 더해 병력과 장비의 장거리 신속 전개와 현지에서 작전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기지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푸드르급 도크형 상륙함 2번함인 시로코함의 항행장면 <출처: 프랑스 해군>

1997년, 노후 된 2척의 우라강(Ouragan)급 상륙함의 대체를 위해 미스트랄급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국영조선사 DCN(Direction des Constructions Navales)은 기존 상륙함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냉전 종식에 따른 시대상을 반영해서 상륙전용함이 아닌 다목적함으로 개발 콘셉을 잡았다. 여기에 더해 바로 직전에 도입한 푸드흐(Foudre)급 상륙함의 대체까지도 염두에 두었다.

미스트랄급과 푸드흐급의 비교도. 커진 크기만큼 다양한 장비의 탑재와 운용아 가능하다. <출처: (cc) Rama at Wikimedia.org>

2척의 푸드흐(Foudre)급은 1990년대에 배치된 신예함이기는 했으나 오로지 상륙 자체에만 염두에 둔 1980년대 이전의 설계 사상이 반영되어 '사막의 폭풍 작전'등에서 운용해 본 결과 지휘소 기능이나 운송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미스트랄급으로 4척의 우라강급과 푸드흐급을 전량 대체하기로 결정되었고 2003년부터 건조에 들어갔다.

아틀랑티크 조선소에서 제작한 선수를 DCN조선소로 수송한 후 결합하는 모습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생 나자르(Saint-Nazaire)의 아틀랑티크 조선소(Chantiers de l'Atlantique)가 제작한 전방부를 해상 수송으로 브레스트(Brest)의 DCN 조선소로 보내 조립하는 방식으로 1번함 L9013 미스트랄과 2번함 L9014 토네르(Tonnerre)를 동시 건조했다. 덕분에 건조 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원래 4척 도입 예정이었으나 2009년 아틀랑티크 조선소에서 단독 건조한 3번함 L9015 딕스무드(Dixmude)를 끝으로 배치를 완료했다.


특징

미스트랄급의 내부구조도. 헬기격납고에는 NATO에서 운용하는 어떠한 규격의 헬기라도 최대 16대까지 수납하여 정비할 수 있다. <출처: 프랑스 해군>

미스트랄급은 다목적함으로 제작되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상륙전이다. 대대 규모의 상륙군을 45일 동안 수용할 수 있는데, 작전 기간이나 목적에 따라 병력의 증감이 가능하다. 배수량이 12,000톤인 푸드흐급과 비교하면 수용 가능 병력 수에서 차이가 없지만 상륙정, 차량, 헬기의 탑재 능력은 월등히 뛰어나다. 고도화된 현대전을 고려한다면 바람직한 구조라 할 수 있다.

미스트랄급에 헬기만을 싣게 될 경우 최대 50대까지도 적재가 가능하다. <출처: 프랑스 해군>

2층으로 설치된 격납고에 헬기 8대와 차량 60대를 탑재하지만 임무에 따라 수량을 달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헬기만 싣게 되면 최대 50대를 적재할 수 있고 그중 16대를 선내에서 정비하고 운용할 수 있다. 다만 속도가 느리고 갑판이 평갑판인데다 강화된 형태가 아니어서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I세함처럼 고정익기(수직이착륙기) 운용은 어렵다. 4척의 LCM 상륙정을 함미 하부의 웰 데크를 통해 투사할 수 있다.

미스트랄 선체 하부의 웰데크에 주박 된 2척의 상륙정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프랑스 군함 최초로 디젤발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추진방식을 채용했다. 추진 모터와 프로펠러가 일체화되면서 생긴 여유 공간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고 자유롭게 방향 전환이 가능한 아지무스 포드(Azimuth Pod) 추진기를 채용해 보다 신속하게 선체 선회가 가능하다. 독특하게도 해양 오염 방지 시스템을 상선 수준에 맞추었고 69병상과 2개 수술실을 갖추어 유사시 병원선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미스트랄급에서 발진하는 상륙정 <출처: 프랑스 해군>

C4I 체계인 SENIT-9(System for Naval Usage of Tactical Information) 전투정보처리시스템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Link-11, Link-16, Link-22 시스템을 사용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송수신할 수 있다. 프랑스 해군의 통신위성과 연결되어 위치에 상관없이 지휘가 가능하며 전투사령실에 최대 150대의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을 설치할 수 있어 현장 지휘소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미 해병대 소속 M1A1 전차를 적재하는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운용현황

2번함 L9014 토네르. 상륙작전 이외에 수송, 구난, 의료 등의 여러 임무에 투입이 가능한 다목적함이다. <출처: (cc) Masur at Wikimedia.org>

프랑스 해군은 미스트랄급 3척 모두를 틀롱(Toulon) 기지에 배치해 놓고 있다. 작전, 대기, 정비 순으로 교대하고 있으나 냉전 종식으로 인해 애초 계획보다 획득 수량이 1척이 적어 상당히 타이트하게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평시에는 NATO 대응군(Response Force)에 편제되어 있다가 유사시 합동기동부대(Combined Joint Task Force)를 구성해서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전은 프랑스 해군의 단독 작전에서 벌어졌다.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당시 자국민 구출에 나선 미스트랄함의 모습 <출처: 프랑스 해군>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분쟁이 격화되자 프랑스인을 포함한 1,300여명의 민간인을 구출해서 키프로스까지 이송한 것이 최초의 실전 사례다. 그 외에도 많은 분쟁 지역 등에 투입이 되었으나 대부분이 경계, 구호, 구난 활동이었다. 사실 전쟁 중이라도 자체 무장이 빈약한 강습상륙함이 직접 교전을 벌일 일은 드물다. 더구나 미스트랄급은 다목적함이어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번함 L9015 딕스무스. 갑판에서 다양한 종류의 헬기를 운용할 수 있다. <출처: 프랑스 해군>

변형 및 파생형

가말 압델 나세르급

이집트 해군 1020 안와르 사다트. 원래는 러시아 해군의 세바스토폴로 계획되었었다. <출처: (cc) AHMED XIV at Wikimedia.org>

현재 이집트는 2척(1010 가말 압델 나세르, 1020 안와르 사다트)의 미스트랄급을 도입해서 운용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러시아가 도입하기로 발주했던 물량이어서 이집트로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치 소련 붕괴로 인한 냉전의 종식과 이후 나락까지 떨어졌던 러시아가 경제 성장에 힘입어 대외 팽창에 나서면서 시작된 신냉전의 도래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모습이다.

2011년 러시아와 프랑스는 최초 2척을 생 나자르에서 건조하고 추가 2척은 러시아 현지에서 제작하는 조건으로 총 4척의 미스트랄급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전자, 통신 장비와 무장은 러시아제로 장착될 예정이고 Ka-52 헬리콥터의 운용을 위해 격납고의 설계가 바뀌었으며 북극해에서 작전을 염두에 두고 선수가 쇄빙선에 버금갈 정도로 강화되었다. 이 때문에 배수량이 1300톤가량 늘어났다.

2014년 생 나자르의 아틀랑티크 조선소(당시 STX 유럽) 인근에서 선체를 러시아로 인도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시민 단체의 시위 모습. <출처: (cc) Syrdon at Wikimedia.org>

냉전 당시라면 상상도 못할 거래여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프랑스에서 건조될 2척은 영토 분쟁 중인 일본 견제를 위해 태평양 함대에 배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4년에 러시아가 유로마이단 사태에 깊숙이 개입하고 크림 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 서방과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압력으로 프랑스는 2015년 10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고 선체의 인도를 거부했다.

이때 앞날이 불분명한 2척을 이집트가 구매했다. 선체는 프랑스에서 완공하고 무장과 장비는 애초 예정대로 러시아제를 채용하기로 해서 의심을 받기도 했지만 러시아에 재인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함은 2016년 6월과 9월에 각각 취역해서 프랑스 해군과의 합동 훈련 등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탑재 헬기를 비롯한 일부 장비는 아직 도입이 완료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제원 (L9013 미스트랄 기준)

2013년 영국 호위함 아길과 합동 훈련 중인 미스트랄 <출처: Public Domain>

- 제작사: DCN 조선소, 아틀랑티크 조선소
- 기공: 2003년 7월 10일
- 진수: 2004년 10월 6일
- 취역: 2006년 2월
- 배수량: 21,300톤
- 전장: 199m
- 선폭: 32m
- 흘수: 6.3m
- 추진기관:
└ 3 × 6.2MW 디젤발전기, 1 × 3MW 보조디젤발전기
└ 2 × 7MW 아지무스 포드, 2 × 5엽 프로펠러
- 속력: 18.8노트
- 항속거리: 10,700해리(15노트 순항 시)
- 무장:
└ 2 × 미스트랄 대공미사일
└ 2 × 20mm 기관포FBNW)
└ 2 × M134 7.62×51mm 미니건
└ 4 × M2-HB 12.7mm 기관포
적재능력:
└ 함재기: NH-90, AS532, AS365N, SA341, SA342, EC665 등 16~35대
└ 차량: 르끌레르 MBT 40대 또는 르끌레르 MBT 13대+차량 46대
└ 상륙정: CTM급 4척, EDA-R급 1척
└ 병력: 45일 작전 기준 450명, 최대 900명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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