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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9000억! 가열되는 해상초계기 사업 3파전

바래미나 2018. 6. 3. 21:15

1조9000억! 가열되는 해상초계기 사업 3파전



“한국 정부의 예산 및 요구조건을 고려할 때 에어버스는 20대의 해상초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브라이언 김 에어버스코리아 방산·항공(D&S) 부문 영업대표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해군 차기 해상초계기 도입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공식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로써 1조9000억원 규모의 해군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은 미국 보잉사, 스웨덴의 사브사, 프랑스의 에어버스사가 참여하는 3파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은 미 보잉사의 P-8A ‘포세이돈’이 경쟁 대상 없이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가격은 비싸지만 다른 해상초계기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을 갖고 있는 데다 해군이 요구한 작전요구성능(ROC)을 포세이돈만 충족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 “현실적으로 군 ROC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포세이돈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한 뒤 주한 미대사관 등 미국 측에서 공개적으로 포세이돈이 한국 정부의 미제 무기 ‘쇼핑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평가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 사브사가 여러 언론을 통해 후보 기종인 ‘소드피시(Swordfish)’의 성능과 기술이전 계획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여론전’에 나서면서 해상초계기 사업은 2파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에어버스사의 C-295 MPA까지 가세해 3파전 양상이 된 것이다.
   
▲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C-295 MPA

▲ 미국 보잉사의 P-8A 포세이돈

▲ 스웨덴 사브사의 소드피시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뀔 가능성도
   
   사업추진 방식도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사청은 당초 수의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미 해군이 운용 중인 포세이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FMS는 미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F-35A 스텔스기 등 여러 미제 무기들이 FMS 방식으로 도입됐거나 도입 중이다. 해상초계기를 쓸 해군도 포세이돈을 희망하며 수의계약 방식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브가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기술이전 등의 파격 조건을 제시하고, 에어버스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사업 참여를 선언함에 따라 경쟁입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방사청은 오는 6월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경쟁입찰과 수의계약 중 하나로 해상초계기 사업 추진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사브와 에어버스사 기종들의 제원과 기술이전 계획 등은 대부분 언론에 먼저 보도된 것들이고 방사청에 정식 제출된 것은 아니어서 자료제출을 요청한 상태”라며 “방사청 입장에선 경쟁구도가 국익 차원에서 전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올해 내로 기종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경쟁입찰로 추진할 경우 현지 시험평가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올해 내 선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잉, 사브, 에어버스 등 3개사는 성능, 기술이전, 가격 등에서 각각 강점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보잉 측은 “미군이 운용해 성능이 검증된 포세이돈은 대잠전, 대함전, 정보·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한다”며 “지금 도입을 결정해야 가장 싸게 포세이돈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잉은 지난 3월 초까지 포세이돈이 미 해군에서 각종 임무를 수행하면서 13만시간 이상 비행시간이 누적되면서 운용성능이 검증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포세이돈은 베스트셀러 민항기인 보잉737을 개조해 해상초계기로 제작한 것인데 보잉737 출고 숫자가 조만간 1만대를 넘게 돼 운용유지 부품 구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포세이돈은 AN/APY-10 레이더를 갖췄고 최고속도 시속 907㎞, 순항거리 7500㎞, 작전반경 2200여㎞에 하푼 미사일과 어뢰 등으로 무장할 수 있다. 경어뢰의 경우 동체 하부 내부 무장창에 5기, 외부 날개에 6기 등 최대 11기를 탑재할 수 있다. 공대함 하푼 미사일은 날개에 최대 6기를 장착한다. 초계기에서 투하하는 음향탐지장비인 소노부이의 경우 최대 129발을 탑재, 넓은 영역에 투하해 적 잠수함 침투를 감시할 수 있다.
   
   미 해군이 120대 이상을 도입하는 것을 비롯 영국, 호주, 노르웨이, 인도 등이 포세이돈을 이미 발주했고 여러 나라가 도입을 검토 중인 것도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해준다는 보잉 측 설명이다. 최대 이륙중량도 70t이어서 각종 무장은 물론 앞으로 개발될 신형 전자전 장비 및 감시 장비 등을 추가로 적재할 공간도 있다.
   
   사브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추진에 필수적인 AESA 레이더 기술이전, 해상초계기와 공중경보기 공동생산 외에 잠수함 기술, 소노부이 발사대와 보관대, 레이더 투명 패널 및 레이돔과 기타 내부 품목을 국내 업체와 함께 제작하는 등의 파격적인 기술이전 및 절충계약안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밝혔다. 사브사는 전투기, 조기경보기에서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육·해·공 무기를 모두 만들고 있기 때문에 입체적인 기술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드피시는 최대 탐지거리 592㎞의 AESA 레이더를 탑재한다. 최고속도 시속 945㎞, 순항거리 9630㎞, 작전반경 4300여㎞에 공대지 미사일과 청상어 경어뢰 등으로 무장할 수 있다. 기체는 사브가 7개국과 공동으로 개발해 운용 중인 ‘글로벌 60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조해 제작한다. 소드피시는 3개 경쟁기종 중 유일하게 아직 실물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사브 측은 3차 차기 전투기사업(F-X) 때 서류상의 전투기였던 F-15 ‘사일런트 이글’, 공중급유기 사업 때 개발 중이던 KC-46A가 경쟁입찰에 참여한 전례가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어버스가 제안한 C-295 MPA는 자사의 수송기 C-295를 해상초계기로 개조한 것이다. C-295 MPA는 최대 탐지거리 360㎞의 RDR-1400C 레이더를 갖췄고, 최고속도 시속 480㎞, 순항거리 5370㎞, 작전반경 3500㎞의 성능을 갖고 있다. MK-46 어뢰와 공대함 미사일 등으로 무장할 수 있다. 브라이언 김 에어버스코리아 방산·항공(D&S) 부문 대표는 “현재 브라질, 칠레, 오만,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C-295 MPA를 실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P-3C 해상초계기 16대를 운용 중인 해군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북 잠수함 위협을 감안하면 60대가량의 해상초계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최근 남북 정상회담 등에 따른 안보환경 변화가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해군 요구조건을 가장 충족하는 항공기를 가격, 절충교역 등에서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조건으로 도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