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아파치 Mi-28 공격헬리콥터
개발의 역사
헬리콥터는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중요한 공격수단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처음에는 기존 헬리콥터에 기관포나 로켓발사관 등의 무장을 장착해 사용하는 수준이었으나, 1967년에 AH-1을 시작으로 공격에 특화된 전용 헬리콥터가 본격적으로 전선에 등장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을 서두른 소련도 Mi-24 공격헬리콥터를 개발해 1972년부터 일선에 배치했다. 아무래도 후발주자다 보니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제작이 이루어졌다.
Mi-24는 다양한 무장으로 공격을 펼칠 수 있고 최대 8명의 중무장한 보병을 수송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공격 직후에 병력을 강습하거나 혹은 작전 중인 병력을 가까이서 엄호하기 위해 수송 및 공격이 모두 가능한 플랫폼이 좋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Mi-24는 아프가니스탄 침공전 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문제점도 드러났다. 병력을 탑승시킨 상태에서 교전이 벌어지면 수송도 전투도 제대로 못하는 현상이 반복된 것이었다.
전황을 분석한 밀 모스크바 헬리콥터(Mil Moscow Helicopter Plant, 이하 밀)는 아직 당국으로부터 소요제기가 없었음에도 Mi-24를 기반으로 새로운 공격헬리콥터의 자체 개발에 나섰다. 날개 양쪽 끝에 수직 프로펠러를 장착하고 동체 후방에 추진 프로펠러를 장착하는 혁신적인 방식도 구상했으나 기존 기체를 개량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유사시에 대비해 2, 3인 정도 추가 탑승이 가능하지만 수송 공간은 대폭 축소했다.
Mi-28로 명명된 첫 시제기가 1982년 비행에 성공했다. 바로 그 즈음 미국의 AH-64 개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운 소련은 새로운 공격헬리콥터 사업을 시작했다. 밀은 Mi-28을 참여시켰지만, 군부는 대전차전 능력에서 나은 평가가 나온 카모프(Kamov)의 Ka-50을 낙점했다. 하지만 밀은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고 대외판매로 눈을 돌려 1988년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고 주익 위치와 노즈콘(nose cone) 등을 변경시킨 Mi-28A를 탄생시켰다.
Mi-28A는 1989년 에어쇼에 공개되었고, 이듬해에는 이라크 현지 조립 방식으로 수출 계약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판매는 백지화되었고, 곧이어 1991년에 소련이 해체되자 모든 것이 멈추어버렸다. 비단 Mi-28뿐만 아니라 Ka-50도 재정난으로 생산 및 배치가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밀은 1990년대 중반부터 개발을 재개해 야간전투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Mi-28N의 초도비행을 성공시켰다.
2000년대 들어 러시아군이 장기간 중단되었던 공격헬리콥터 사업을 재개하자, Mi-28N은 카모프가 Ka-50을 개량해 제시한 Ka-52보다 야간작전 능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최종 경쟁에서 승리했다. 이에 2006년부터 본격 납품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개량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외판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담으로 Ka-52도 특수목적용으로 양산이 결정되었다.
특징
중간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개발 기간이 길고 본격 양산도 10년이 넘게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초창기 모델과 최신형은 전혀 다른 기종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만큼 차이가 크다. 최초 모델은 단순히 병력 수송 공간을 줄이고 장갑을 대폭 늘린 것 정도를 제외한다면 Mi-24와 그다지 차이는 없었고 사격통제장치, 엔진, 변속기, 메인 로터(main rotor) 등은 그대로 공유했을 정도였다.
본격 양산형인 Mi-28N은 여러모로 AH-64와 비교된다. 무장 및 공격 능력도 탁월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침공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100m 거리에서 발사되는 23mm탄을 막아낼 정도로 뛰어난 방어력이 특히 강점이다. 사실 정확한 방어력은 대외 비밀이지만 AH-64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리미터파 레이더, 적외선 카메라, 레이저 거리측정기 등을 장착해 전천후 비행 및 작전이 가능하다.
일부 기종은 메인 로터 상단에 목표물 추적과 공격 유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레이더를 장착했는데, AH-64 롱보우(Longbow)와 비교해 흔히 숏보우(Shortbow)라고 부른다. 이들을 통합해 운용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은 조종사 헬멧에 장착된 디스플레이와 연동되어 있어서 효율적으로 전투에 임할 수 있다. 고정무장으로 2A42 기관포를 장착하고 있고, 주익에는 로켓 포드(rocket pod)와 9M120 대전차미사일처럼 다양한 무장이 가능하다.
심장으로 모터 시츠(Motor Sich)의 TV3-117VMA-SB3 엔진을 장착했으나 크림 반도 합병 후인 2016년 출고분부터는 클리모프(Klimov) VK-2500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비행 능력에서는 AH-64에 조금 뒤지나 무장탑재량 등에서는 약간 앞서는데, 실전 상황을 염두에 두고 종합 평가한다면 크게 차이 나는 수준은 아니다. 또한 공격헬리콥터의 임무가 공대공 전투가 아니라 지상의 목표물 타격이니 우열을 가르기 힘들다.
운용 현황
러시아는 육군이 2006년부터, 공군이 2011년부터 운용을 시작했고 현재 약 60여 기가 활약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외판매에도 나서 케냐, 이라크, 인도, 알제리, 베네수엘라 등과 접촉을 했으나 2013년 이라크에 인도된 Mi-28NE 13대를 제외하고 별다른 진행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6년 시리아에 전개된 러시아군 소속 Mi-28들이 여러 전투에 투입되어 활약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전과는 알려진 것이 없다.
변형 및 파생형
● Mi-28: 1982년 초도비행에 성공한 프로토타입
● Mi-28A: 최초 양산형 모델. 소련군 공격헬리콥터 사업 경쟁에서 Ka-50에 패했다.
● Mi-28L: Mi-28A 이라크 수출형. 걸프전으로 무산되었다.
● Mi-28N: 전천후 작전이 가능한 본격 양산형
● Mi-28NE: Mi-28N 수출형
● Mi-28NM: 2016년 초도비행에 성공한 최신 개량형
● Mi-28UB: Mi-28N 훈련형
● Mi-28NAe: 북한에 제안한 Mi-28N 수출형 모델이나 판매는 실패했다.
● Mi-40: 제안만 이루어진 무장수송형
제원(Mi-28N 기준)
- 제작사: 로스트베르톨(Rostvertol, 2006년 밀을 합병함)
- 전장: 17.1m
- 전고: 4.7m
- 자체중량: 7,890kg
- 최대이륙중량: 11,700kg
- 엔진: 클리모프 VK-2500 (2,500마력) × 2
- 최고속도: 324km/h
- 순항속도: 265km/h
- 실용상승한도: 4,950m
- 최대항속거리: 1,105km
- 무장: 30mm 2A42 기관포, 23mm Gsh-23L 건포드, S-8 로켓 포드, S-13 로켓 포드, 9M120 Ataka-V 대전차미사일, 하드 포인트 4개소
- 항전장비: FLIR, HUD, 헬멧마운트디스플레이, RWR, IR센서
- 승무원: 2명+3명 추가 수송 가능
- 가격: 1,200만 달러(2006년)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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